사회
檢, 롯데 ‘형제의난’ 이후 내사 지속…악재 이제부터 시작?
입력 2016-06-10 14:56 

상장사 이용 그룹 지배구조 개편 틈타 벌어진 계열사 과다계상 이용 비자금 의혹 등 포착
검찰이 10일 전격 압수수색한 롯데그룹 7개 계열사 가운데 롯데쇼핑을 제외하고는 정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사다. 검찰이 대주주의 지분거래 내역 등이 전부 공시되는 상장사와 달리 회계처리가 불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고, 내부 거래가 많은 계열사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들 계열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신동빈 회장 본격 수사
검찰은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들을 동원한 신동빈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횡령·배임을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동생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62)과의 ‘형제의 난 이후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오랫동안 내사했다. 신 회장이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일이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이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를 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을 한 뒤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쇼핑을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유력하게 제기됐다. 롯데쇼핑은 한국 롯데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이다.
검찰은 상장을 앞두고 진행된 계열사 간 거래과정에서 대금 과다계상 등의 방식을 통해 신 회장이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실탄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분 거래 외에도 부동산 거래, 거래처 납품 거래 등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계열사 지분이 시가보다 저렴하게 거래됐을 경우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
◆ 호텔롯데 중심 지배구조 개편
실제로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5년 1월 이후 9건의 유상증자, 3건의 인수합병, 3건의 계열사 지분 인수를 진행하면서 사실상의 지주사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0월에 걸쳐 순환출자 고리를 67개만 남기고 모두 해소하는 과정에서도 신 회장과 호텔롯데의 그룹 지배력이 크게 강화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357억원을 조달한 뒤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 1.3%를 매입하고 순환출자 연결고리 140개를 해소했다. 이어 호텔롯데가 같은 해 10월 롯데쇼핑 등 3개 계열사 보유주식을 매입해 209개 고리를 추가로 끊었다.
결과적으로 호텔롯데가 보유한 대홍기획 등 계열사들 지분이 일제히 증가했다. 롯데알미늄 지분율은 12.99%에서 25.04%로, 대홍기획 지분율은 12.76%에서 16.26%로, 한국후지필름 지분율이 7.11%에서 8%로 늘어났다. 호텔롯데가 3개사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데 들인 매입 대금은 1008억원이었다.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역시 신 회장이 경영권뿐만 아니라 지분 소유 측면에서도 그룹을 장악하기 위한 핵심 과제였다. 관건은 신 회장의 호텔롯데 주식 취득 여부인데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신 회장이 이를 위해 계열사 보유주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특정 계열사에 유리한 거래를 했을 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 롯데건설도 동원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주식 거래를 통해 롯데건설에 대한 지배력도 크게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롯데건설이 자본 확충 목적으로 조달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 324만 4000주를 상환하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확대된 결과다. 신 회장 본인뿐만 아니라 그가 대주주로 있는 핵심 계열사들이 보유한 롯데건설 지분이 증가했다.
신 회장 개인이 보유한 롯데건설 지분은 0.51%에서 0.56%로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건설 지분은 37.76%에서 41.42%로 늘었다. 신 회장이 본인 소유와 주력 계열사 몫을 더해 롯데건설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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