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1인자로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면서 트럼프 외교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라이언 의장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외교협회에서 ‘더 나은 길: 자신있는 미국을 위한 비전이라는 제목의 공화당 외교안보강령 보고서에서 동맹 강화와 NATO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후보가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하며 이를 위해 고강도 압력을 가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멕시코 국경에 대형 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대표적인 외교공약을 일체 포함시키지 않았다.
라이언 의장이 공화당 1인자 자격으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것에 대해 겉으론 지지했지만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라이언 의장이 발표한 이날 보고서는 공화당의 공식 외교·안보 정강이 될 예정이어서 트럼프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 지 주목된다.
또 라이언 의장이 직접 트럼프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라이언 의장 측근들은 라이언 의장이 이번 보고서가 트럼프 공약에 영향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트럼프 진영과의 새로운 갈등요소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지목하고 북한의 위협은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기회를 제공하며, 대만과 필리핀과의 협력도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국제적 힘의 균형을 자국 쪽에 유리하게 바꾸는 것을 막도록 미국과 동맹들간의 방위협정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중국, 이란과 함께 팽창주의 국가로 지목하며 군사적으로 강력히 맞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불법 장악에서부터 시리아 정권에 대한 지지에 이르끼까지 푸틴의 급격한 군사주의는 미국과 동맹, 우방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 불량정권이 핵무기와 새로운 미사일 실험을 하도록 만들었다”며 비판을 가했다. 북한 인권상황을 놓고는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기록을 갖고 있다”며 14만명 이상의 북한인들이 강제노역을 하고 있으며 이중 많은 수가 일하다 죽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언 의장은 또 공화당의 외교·안보 기조로 테러 격퇴와 국토 보호 그리고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응 등의 계획을 제시해 물밑 타협을 통한 안전보장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와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라이언 의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동맹·우방들을 앞세워 중동사태에 개입하고 있는데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배후에서 조종하기라는 새로운 외교정책 개념을 제시했지만 이것은 명백한 실패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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