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대 삼성동·롯데 잠실·LG 마곡 `기업 브랜드타운`
입력 2016-06-09 17:40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주변 전경(왼쪽),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 주변 전경.
현대·롯데·LG 등 대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랜드마크 개발에 나서면서 '기업 브랜드 타운'이 등장하고 있다. 기업이 지역에 새 이미지를 입히고 인근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삼성동은 현대타운으로 탈바꿈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1년까지 옛 한전 용지에 신사옥인 105층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개발하고 30여 개 계열사가 입주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동이 '현대의 텃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에 발맞춰 지난해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론칭하고 영동대로와 삼성로 인근 재건축 아파트 시공권 수주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동대로엔 대치쌍용1·2차, 삼성로 인근엔 미도와 선경 등 중층 중대형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가늠자가 될 곳은 7월 분양 예정인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다.
앞서 개포에서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가 3.3㎡당 평균 분양가 3760만원에 완판되고, 8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래미안 루체하임(일원현대)' 역시 3730만원에도 올해 서울 최고 청약 경쟁률인 45대1(평균)을 기록하면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3.3㎡당 분양가가 4300만~4500만원으로 거론된다. 분양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강남 재건축단지 최다 브랜드를 자랑하는 래미안을 제치고 시장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디에이치를 선보인 만큼 3.3㎡당 4000만원 이상에 분양가를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잠실동은 롯데의 세상이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123층 롯데월드타워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내장 공사가 한창이며 이 일대엔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월드 롯데골드캐슬 등 '롯데' 간판을 단 건물이 수두룩하다.
특히 내년 상반기엔 롯데월드타워 내 고급형 복합 레지던스(호텔식 서비스 제공 오피스텔)와 오피스 사무실 분양이 시작될 예정이다. 레지던스는 3.3㎡당 분양가가 국내 사상 최고 수준인 8000만~1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 50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인근 잠실주공5단지의 시공권을 따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일각에선 현재 시공사인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산업개발이 바뀔 여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서 마곡지구는 LG가 대장이다. 마곡 산업단지에 이랜드 에쓰오일 코오롱 등 90개 기업이 입주를 확정 지었지만 2012년 최초로 입주 계약을 맺고 가장 큰 땅을 차지한 기업이 LG여서다. LG그룹은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6707㎡ 용지에 'LG 사이언스파크'를 짓고 있다. 내년 1차 준공에 이어 2020년 최종 완공이 목표다. 연구개발(R&D) 분야 인력 2만5000여 명이 일할 예정이다.
마곡지구 마곡중앙공원 내에 LG아트센터도 들어선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씨가 설계를 맡았다. 용지 약 2만3000㎡, 건축면적 1만5000㎡에 달한다. 1500석 이상의 대형 오페라·뮤지컬 공연장과 300석 안팎의 소공연장, 전시실, 과학관 등으로 구성된다.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를 대체하는 문화시설로 2020년 개관할 예정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찬밥 신세였던 마곡이 기사회생한 데는 LG의 힘이 컸던 만큼 실제로 LG를 보고 부동산을 매입한 투자자가 많다"며 "아파트값도 2년 전에 비해 1억~2억원씩 뛰었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들의 사옥 재배치가 한창인 서초동은 아직까지 삼성이 터줏대감이다. 하지만 GS건설이 일대 재건축 수주에 성공하면서 삼성과 GS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판교로, 삼성전자는 우면동과 수원으로 각각 떠났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가 이전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GS건설에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빼앗겼던 삼성물산은 마지막으로 남은 신동아아파트를 따내 서초우성 1~3차와 함께 '서초 래미안 타운'을 완성한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업은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 뿐 아니라 상권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준다"며 "현대차 제조업 계열사가 집결하고 전시·컨벤션·호텔 등을 총망라한 삼성동은 유동인구는 기본이고 구매력을 갖춘 상주인구를 확보하는 만큼 서초동을 능가하는 상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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