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럭셔리의 힘…`래미안 루체하임` 45대1
입력 2016-06-08 17:11  | 수정 2016-06-08 22:15
고급 설비를 기본 제공하는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면적 121㎡(위), 괴정 어반 푸르지오 전용면적 63㎡ 주방 모습. [사진 제공=삼성물산·대우건설]
8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일원현대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루체하임'은 입주자에게 에어컨과 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부터 오븐 일체형 레인지후드를 모두 '무상'으로 제공한다. 일반 단지라면 선택사항으로 내놓고 추가 비용을 받는 빌트인(built-in) 가전제품이다. 여기에 주방에는 독일 유명 주방가구 노빌리아 제품을, 욕실에는 최고급 호텔에나 쓰이는 독일 그로헤 브랜드 수전(수도꼭지)과 수입 욕조까지 넣었다. 이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730만원으로 4000만원에 육박한다.
이 단지는 올해 재건축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강남 개포지구라는 입지 경쟁력과 수요자 눈높이를 고려한 럭셔리 전략 덕분에 이날 청약에서 263가구 모집에 무려 1만1827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45대1로 모든 주택형을 1순위에 마감했다. 이는 올해 서울 분양 단지 중 가장 높은 것이다. 73가구가 나온 전용면적 59㎡A타입에는 5974명이 접수해 최고 경쟁률이 81.8대1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는 '공급과잉' 우려가 나왔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더 많은 17만가구가 분양에 나서면서 분양 시장도 날로 화려해지고 있다. '호화판' 분양으로 가격만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단기 투자 수요까지 시장에 가세하면서 한 달여 만에 계약이 마감되는 조기 완판 행진이 이어지자 시장의 눈도 고급화 전략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게 오피스텔 시장에서 주로 내세우는 빌트인이다. 재건축 열풍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개포지구부터 부산·창원 등 분양 열기가 도는 지역에서 일부 단지들이 각종 가전제품과 가구 '무상 제공'을 들고나온 것이다. 분양가 상승 요인이라는 지적과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려는 서비스로 봐야 한다는 반박 간 대립이 팽팽하다.

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강남 개포지구에서는 래미안 루체하임에 앞서 이미 올 초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빌트인·커뮤니티시설·고급 마감재 등을 내세운 럭셔리 분양 대전의 포문을 열었다.
이 단지는 삼성물산이 개포지구 첫 진출 야심작으로 내세우면서 '헬스·식음료(F&B)·교육' 등 3개 부문을 특화한 고급 커뮤니티를 도입했다.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 연회장, 사우나를 들이고 단지 안에 조식과 브런치가 나오는 카페테리아를 조성하는 한편 SDA어학원과 함께 영어교육 특화 어린이집과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고급 마감재와 삼성전자의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스마트오븐 등 최신 가전도 기본으로 설치된다. 이 단지는 3.3㎡당 평균 3760만원에 최고 4300만원 선으로 분양 당시 일대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시장에 나왔지만 일주일 만에 계약을 끝냈다.
오는 8월 분양 예정인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현대건설이 분양가가 3.3㎡당 3500만원이 넘는 고가 주택에만 적용하는 디에이치 브랜드가 붙는 만큼 도심 최초의 테라스 설계와 커뮤니티시설 이용, 도우미·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우징 컨시어지'를 도입하는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 분양가가 3.3㎡당 430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빌트인 가전을 무기로 고급화에 나선 아파트는 강남뿐만이 아니다. 올 5월 부산 괴정동에서 나온 '괴정 어반 푸르지오' 주상복합은 에어컨·주방 가스쿡톱·전기오븐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롯데건설이 내놓은 뉴스테이 '신동탄 롯데캐슬'과 '동탄2 롯데캐슬'은 무상은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에 TV와 세탁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가전을 렌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달 중 공급되는 서울 상도동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는 안방과 거실에 시스템에어컨 2대를 무상으로 설치하고, 모아주택사업이 같은 달 광주 하남3지구에 선보이는 '모아엘가 더퍼스트'는 광폭오븐과 가스레인지를 기본사항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빌트인 가전 무상 제공을 필두로 한 이 같은 고급화 전략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높이기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정부는 2004년 아파트 플러스 옵션제를 도입해 이를 추가 비용 지불 시 제공하는 선택사항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시행 1년 만인 2005년 기본과 선택 품목 구분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폐지됐다가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맞춰 발코니 확장만 선택사항으로 풀어주는 쪽으로 바뀐 뒤 현재는 여기에 옷장·수납장·신발장 같은 붙박이 가구, 오븐·식기세척기·냉장고·김치냉장고 등으로 확대됐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고급 커뮤니티시설과 다양한 관리 서비스까지 내세워 수요자 발길 잡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당시 정부 규제의 단초가 됐던 분양가 끌어올리기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래미안 루체하임 모두 분양가격이 3.3㎡당 4000만원에 가까운 초고가인데 여기에 이런 옵션 무료 제공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힐난이 나온다. 반면 까다로운 요즘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고육책이라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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