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성 도서지역 근무자 "섬마을 여교사와 다를 바 없다"…'땜질식' 대책?
입력 2016-06-08 11:35 
사진=연합뉴스
여성 도서지역 근무자 "섬마을 여교사와 다를 바 없다"…'땜질식' 대책?

'학부형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서지역 여교사의 근무환경이나 인사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랴부랴 대비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관련 대책의 초점이 '교사'에 맞춰지면서 '땜질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교사 외에도 도서지역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나 치위생사 등 보건진료직 공무원 역시 '여초현상'과 '열악한 관사' 등 여교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전북도 도내에는 군산과 부안 등 8개 도서지역에 모두 12명의 보건진료직 공무원이 근무합니다.


이 중 연도, 비안도, 무녀도, 신시도 등 4곳의 섬에는 보건진료직 공무원 혼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 직업 특성상 여초현상이 심해 대부분이 여성 공무원입니다.

위도와 선유도처럼 규모가 큰 섬에서 공중보건의 등 다른 직원들과 함께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지만, 규모가 작은 섬에서는 여성 혼자서 열악한 환경의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보건진료소에는 폐쇄회로(CC)TV 등 보안시설이 전혀 갖춰 있지 않습니다.

군산시 관계자는 "큰 섬에 있는 지소에는 1층을 진료 공간으로 사용하고, 2층에 관사가 있는 구조이고, 파출소 등 치안시설이 갖춰져 있다"며 "다만, 작은 섬에 있는 진료소에는 CCTV 등 따로 보안시설이 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인사제도 역시 신입 공무원이 도서지역에 배치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군산시는 보건진료직으로 채용되면 도서지역에 우선 발령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1년 파견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나 후임 대상자가 없으면은 연장 근무토록 하고 있습니다.

도서지역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배타적인 지역문화 등으로 대부분 보건진료직 공무원들이 도서지역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신입 공무원들의 근무 기간은 '1년'을 넘기기 일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30∼40대 여성 직원이 도서지역에 배치되거나 지원자가 없는 도서지역은 계약직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한 여성 보건진료직 공무원은 "신입직원은 도서지역에 발령을 받는데 정확히 언제 인사이동이 될지는 인사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며 "또 지역 사회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육지로 나가고 싶다는 내색을 하거나 언제 나간다는 말을 주민에게 하면 안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다른 공무원은 "예전에는 왕왕 그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기혼자가 아니면 도서지역에서 근무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공채를 통해서 보건진료직 공무원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인사 순환이 예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단순히 교사 직군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도서지역 여성 근로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전북의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 이후 정부나 자치단체의 대책을 보면 불거져 나온 사건을 '땜질'하는데 급급하다"며 "이 보다는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전체적으로 점검해 인사제도 개선, 사회 시스템을 활용한 치안 대책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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