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협회장 전원 사상 첫 CEO출신 포진
입력 2016-06-07 17:44  | 수정 2016-06-07 20:34
김덕수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7일 여신금융협회장에 내정되면서 사상 최초로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가 모두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그간 금융협회장은 금융감독 당국이나 경제부처 고위관료 출신의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줄곧 임명되면서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요직에서 관료 출신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계에도 민간 출신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관치 입김을 줄이고 민간 CEO 출신들이 금융 개혁과 금융 혁신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요 카드사·캐피털사 CEO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김 전 사장을 협회장 최종 후보로 총회에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달 중 열릴 예정인 72개 회원사가 모두 모이는 총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제11대 여신협회 상근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총회에서 회추위 추천을 반대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회장직이 확정된 셈이다. 임기는 3년으로 2019년 6월까지다.
김 내정자는 2000년 선출된 유종섭 전 회장(전 외환신용카드 대표)에 이어 두 번째 민간인 출신 협회장이 된다. 그동안 여신협회장은 계속 관료 출신이 맡았다. 지난 3일 퇴임한 김근수 전 회장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이다.

김 내정자는 "아무래도 민간 출신이 업계의 애로사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업계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카드·캐피털 업계가 힘든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여신협회장까지 민간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6대 금융협회장직을 모두 민간 출신이 맡게 됐다. 현재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저축은행중앙회장, 금융투자협회장 등 주요 금융협회장은 모두 민간 CEO 출신이다.
민간 출신 협회장이 처음 임명된 것은 손해보험협회였다. 손해보험협회는 2014년 8월 장남식 전 LIG손해보험 사장을 손보협회장으로 선임했다. 같은 해 12월 생명보험협회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을, 은행연합회는 하영구 전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연합회장으로 각각 뽑았다. 이어 지난해 초엔 금융투자협회장에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말엔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각각 선임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간 관피아 출신들이 협회장직을 독점하면서 협회가 업계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기회에 업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민간 출신이 협회장을 맡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 출신 CEO들이 협회장을 맡으면서 금융 혁신이 앞당겨져 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생보협회와 손보협회의 경우 지난해 보험업계 상품 자율화와 올 들어 보험사기특별법 제정 등 굵직한 업계 현안을 해결했다. 그만큼 민간 출신 CEO들이 업계 혁신을 주도한 셈이다.
최근 은행권의 비이자 부문 수익성 향상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민간 출신 CEO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회장을 맡으면서 꾸준히 당국을 상대로 업계 현안을 설득한 결과 얻은 성과다.
반면 일각에선 민간 출신 금융협회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협회가 주로 정부나 금융당국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민간 출신 협회장이 관료 출신들만큼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협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로비력인데 민간 출신 회장은 관료들에게 특정 정책에 대한 업계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여신협회의 경우에는 카드·캐피털사의 이해관계가 많이 다른데 카드업계 출신인 김 내정자가 업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을지도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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