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우리는 어르신이 아니라 배우다. 어르신이라는 표현은 좀 거슬린다.”
손숙은 7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나이와 관련된 우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햄릿은 권성덕(75), 전무송(75), 박정자(74), 손숙(72), 정동환(67), 김성녀(66), 유인촌(65), 윤석화(60), 손봉숙(60) 등 연기 인생 도합 422년, 배우 평균 나이는 68.2세라는 실로 엄청난 내공을 가진 이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이들은 ‘연기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했다. 나이, 성별을 떠나 오롯이 자신들의 연기에만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날 김성녀는 여성 배우들이 남자 역으로 나온다. 하지만 편견을 가지지 말고 성별을 떠나서 얘기해야 한다. 나이 역시 마찬가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섯 번째 햄릿을 연기하는 유인촌 역시 배역과 맞지 않는 나이에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나이에 이런 역할을 해도 되는지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마음을 떨쳐내고 선배들과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흥분도 있다. 좋은 답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웃었다.
배우들은 담대한 각오를 전하면서도 연습의 고됨도 함께 토로했다. 정동환은 손진책 연출이 ‘연기를 하지 말라라는 주문을 하더라. 무슨 말인지 어려워서 혼났다”고 털어놨다.
손숙도 이 나이에 울면서 연습한다. 감독님이 ‘가장 순수한 사람을 연기하라고 하는데 흡족해하지 않는 것 같더라. 어렵다”면서 하지만 선배 연기자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서로가 다 두렵지만 연출자의 정확한 신념이 뭉쳐서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연극의 진실된 힘이 잘 전달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를 들은 연출자 손진책은 멋쩍어하면서도 이번에는 새로운 연기와 연극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었다. 배우들에게 거짓된 ‘연기라는 것을 벗겨내고 관객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른바 ‘백전노장 배우들과의 호흡은 서로에게도 흥분되는 일이었지만, 제작진에게도 큰 설렘으로 다가왔다.
프로듀서 박명성은 어떻게 그 선생님들 다 모아놓고 비위를 맞추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두 분 정도 빼고는 작업을 한 번씩은 해봤다. ‘다 장인 분들이라 알아서 하신다고 답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손진책 연출 역시 이런 배우들과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이런 든든한 배우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 연극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동료들의 열기가 좋은 작품을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호상 극장장도 이 엄청난 배우들의 만남은 연극사에 길이 남는 역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정자는 지난 밤 악몽을 꿨다. 다른 모든 배우들 역시 이런 꿈을 꾸는 날이 있을 것”이라며 다음날 유인촌에게 말했더니 ‘아 이번 작품 대박날 것 같다”고 하더라. 정말 열심히 했으니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햄릿 공연은 한국 연극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배우이자 연출가인 이해랑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제작됐다.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