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옐런, 금리인상 한발 빼자…원화값 20원 치솟아
입력 2016-06-07 17:42  | 수정 2016-06-07 22:56
'옐런 효과'에 코스피가 한 달 열흘 만에 2000선을 회복한 7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시세판을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 오른 2011.63에 거래를 마쳤고,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종가보다 20.90원 급등한 1162.70원을 기록했다. <김호영 기자>
3년물 국고채값 사상최고…시장 요동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연기 시사에 국내 주가·채권·원화값이 동시에 급등했다.
옐런 의장은 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국제문제협의회(WAC) 주최 강연에서 "경제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다음번 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옐런 의장이 "앞으로 수개월 내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한발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안도 랠리'가 나타났다. 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79포인트(1.3%) 오른 2011.63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원화값이 20.9원 급등한 1162.7원을 기록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18%포인트 떨어진 1.405%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불과 2주일 새 옐런 의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시장 기대에 훨씬 못 미친 미국 5월 고용지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선 6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7월이 아니라 아예 9월로 인상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옐런 의장은 "세계 경제 동향, 미국 내수 회복 강도, 미국 생산성 증가 속도, 물가 상승 추세 등이 불확실하다"고 지목했다. 특히 "영국에서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에 찬성하는 투표 결과가 나온다면 경제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옐런 의장이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옐런 의장은 다음번 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된 언급을 이날 아예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태도는 지난달 27일 옐런 의장이 하버드대 간담회에서 밝혔던 발언에 비하면 한층 더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옐런 의장의 지난달 발언은 금리 인상 시점에 6월도 포함될 수 있다는 쪽으로 월가에서 해석됐지만 이날 연설의 전체 맥락은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크리스 러프키 도쿄미쓰비시UFJ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옐런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언급하지 않은 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중을 시사한 것"이라며 "6월 인상론은 사라졌고 7월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미국 국채선물 가격 추이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달 한때 34%까지 높아졌지만 5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 5.6%로 급락했다. 현재는 3.8%에 불과해 6월 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반응이다.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는 계속 개선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미국 경제를 보는 기본적인 시각에 변함이 없음을 내비쳤다.
옐런 의장이 전날 여전히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7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 증시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대만 자취엔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0.96%, 1.42% 상승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신흥국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것은 달러 강세 전망 때문이었다"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신흥국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첫 금리 인상 시점이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때문에 안도 랠리가 나타났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원화값이 전일 종가보다 20.90원 급등한 116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화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숨 고르기에 나설 것이며 이에 따라 달러당 원화값도 1160원대 내외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미국 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시장에서는 국내 장단기 채권 금리가 일제히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 상승 위험에 주춤했던 글로벌 채권형펀드로 다시 자금이 유입되며 이머징 채권시장 수급을 개선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올 하반기 국내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18%포인트 하락한 1.405%로 사상 최저치(채권값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시장금리 지표 역할을 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연 1.5%) 한참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뜻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6~7월 중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밑돌게 됐다. 이날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019%포인트 떨어진 1.494%에 거래를 마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용환진 기자 / 김혜순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