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올 IPO 최대어` 호텔롯데 공모가 12% 인하
입력 2016-06-07 17:35  | 수정 2016-06-07 22:46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인 호텔롯데가 공모가를 최고 12% 낮추고, 공모주 청약 등 상장 일정도 3주가량 연기했다. 애초 회사 측에서 제시한 공모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국내외 투자자들 지적을 전격 수용한 조치다. 상장 이후 주가가 반 토막으로 추락한 롯데쇼핑의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호텔롯데는 공모가를 최고 12% 낮춘 내용을 담은 정정 유가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공모가 밴드는 기존 9만7000~12만원에서 8만5000~11만원 선으로 낮아졌다.
이를 토대로 다음달 6일부터 이틀간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같은 달 12~13일에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다음달 21일 전후로 점쳐지고 있다.
애초 호텔롯데는 지난달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초청해 기업설명회(IR)를 열었고, 지난 6일부터는 홍콩 싱가포르 런던 등을 돌며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딜 로드쇼(주식 등 자금 조달을 위한 설명회)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모가가 높아 IPO의 흥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해 예상 실적과 면세점 업황 변동, 그룹 자회사별 현황을 감안하면 공모가 밴드가 상당히 높다"며 "공모가가 낮게 결정되지 않으면 소문난 잔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6년 상장한 롯데쇼핑 IPO가 실패한 전례도 호텔롯데에 큰 부담이 됐다. 당시 롯데쇼핑은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40만원으로 확정했다. 시가총액은 11조원에 달해 신세계(9조원), 현대백화점(2조원) 등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6개월 만에 반 토막 났고, 현재는 22만4000원(7일 종가)으로 여전히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호텔롯데 공모가 제2의 롯데쇼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상장 주간사 관계자는 "앞서 발표한 공모가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지난달 말부터 회사 측과 가격 인하 방안을 두고 논의해왔다"며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등 글로벌 시장 이슈를 고려해 이달 말부터 공모 절차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IR 일정도 재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최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향후 면세점 인가를 문제 삼는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상장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신고서에 "검찰이 최근 비상근 등기임원인 신 이사장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그 결과에 따라 당사의 평판과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다.
하지만 호텔롯데와 주간사 측은 검찰 수사와 공모가 인하·일정 연기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상장 주간사 관계자는 "최근 신 이사장이 연루돼 불거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며 "호텔롯데의 이번 결정은 공모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받아들여 내린 결정으로 2주 전부터 추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호텔롯데는 이번 신고서에 주력인 면세 사업의 투자 위험 요인으로 "인천공항 제3기 사업장의 임차료 증가와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인한 경쟁 심화, 월드타워점 폐점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배미정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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