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사가 시행하는 아파트 뜬다
입력 2016-06-07 17:22  | 수정 2016-06-07 19:29
아파트 견본주택에 가보면 신탁사가 시행하는 단지라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사람들이 종종 목격된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 파워가 약한 건설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나 상가일수록 홍보할 때 신탁사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신탁사가 시행을 맡으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또 시행사들의 분양대금 횡령도 차단된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신탁사가 시행하는 분양 단지가 늘고 있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신탁사가 분양관리만 대행하는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 2~3년 새 신탁사가 사업 주체로 직접 나서는 '차입형 토지신탁(개발신탁)'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토지 소유자가 사업 용지를 신탁사에 신탁하면 신탁사가 사업 주체로 나서 사업자 토지를 개발·관리하고 이익을 돌려주는 것으로 기획부터 인허가, 자금 조달,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신탁사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리스크까지 떠안는 대신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 주택 수요자들도 신탁사가 공급하는 단지는 안전하다고 인식해 이들 단지는 통상 청약 성적도 좋은 편이다.
한국토지신탁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신탁사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토지신탁이 지난 1월부터 5월 말까지 차입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분양했거나 분양 중인 물량(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 포함)은 1만95가구에 달한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연내에 한국토지신탁이 차입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시행하는 분양 물량은 지난해 수준(1만928가구)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토지신탁은 '코아루'라는 자체 브랜드도 갖고 있다.
한국자산신탁도 주택 시행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한국자산신탁은 지난해 차입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주택·오피스텔 1만3155가구를 공급한 데 이어 5월 말 기준 확정된 연내 차입형 토지신탁 공급 물량만 7832가구에 달한다. 한국자산신탁은 인천 영종하늘도시 A15블록에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은 아파트와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오피스텔 등을 연내에 분양한다. 토지주와 계약을 앞둔 물량까지 감안하면 한국자산신탁의 올해 시행 물량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5월 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의 연내 차입형 토지신탁 물량은 777가구다. 대한토지신탁도 이달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일대에 'e편한세상 상록'을 분양하며 올해 주택 시행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수원과 인천을 연결해주는 복선전철인 수인선이 일부 개통된 데다 2017년 수인선 사리역까지 완공되면 e편한세상 상록에서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접근성이 탁월하게 개선된다는 게 대한토지신탁 측 설명이다.
이형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동산·인프라그룹장은 "일반 사업자가 시행하면 개발사업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신탁사는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는 금융회사라서 신탁사가 시행하는 사업은 영속성이 있는 데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탁사가 시행하는 단지여도 수익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닌 만큼 투자자들이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신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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