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내대표들 직접 나서지 않았다…뒷짐 지고 훈수만
입력 2016-06-07 16:58  | 수정 2016-06-08 17:08

20대 국회 첫 임시회가 7일 소집됐지만, 여야가 원(院) 구성을 하지 못해 국회의장단과 각 상임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존재하지 않는 ‘유령국회로 시작하게 됐다. 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꾸려지면서 시한 내 원 구성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구태 정치가 발동한 탓에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시회 첫날에도 원 구성 협상은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다. 오히려 두 야당은 의장 후보를 각자 내고 표결로 선출하는 방안을 재공조하기로 하면서, 여야 협상의 시계를 일주일 전으로 되돌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국회의장 후보부터 확정할 것을 제안한다”며 의장부터 선출하면 부의장 선출은 쉽게 이뤄질 수 있다. 그 다음에 상임위원장을 협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다. 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라는 ‘소(小)를 탐하다가 20대 국회는 국민의 믿음이라는 ‘대(大)를 잃게 된다. 이번에도 국회가 안 바뀌면 우리는 민심의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 대표의 방안을 갖고 두 당 원내대표와 전화 접촉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제안에 대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권자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결과”라고 반대했지만, 더민주 의원들은 의총을 통해 야당 공조로 뜻을 모았다. 반면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의장 선출의)자율투표는 어제 박완주 원내수석이 야당끼리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나는 전달해 들은 바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날 원내수석 간 회동에서 새누리당이 의장직을 가져가는 대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내놓겠다고 제안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도읍 원내수석은 협상에 대해 얘기하지 않기로 했고, 각당 대표들께서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협상파기의 책임을 지기로 해놨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돌들모임이라는 단체SNS대화방까지 만들며 소통을 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겉치레에 불과했고 합의물을 내놓는 데에 실패했다. 각 당 원내지도부가 꾸려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원내수석들에게만 협상을 맡긴 채 뒷짐을 지고 있던 원내대표들의 ‘위법국회 책임은 가볍지 않다. 법정 시한 하루 전인 지난 6일에도 원내수석들이 오찬 회동, 컵라면 회동을 이어가는 동안 원내대표들은 국회 근처에 대기했을 뿐,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저마다 소속 당의 내부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과거엔 시한이 가까워지면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직접 머리를 맞대 난맥상을 풀어내려는 노력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며 정진석 원내대표는 결단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형적으로 여당 탓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여의도에) 책임정치가 자리잡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국민들이) 황금분할로 나눠준 만큼 협치 정신을 살리면 최고의 국회가 될 뻔 했는데 또다시 최악으로 치닫는 것 같다”며 19대 국회보다 더 비생산적인 국회가 될 조짐이 원 구성 협상부터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의 진원지는 새누리당이다. 청와대 와 생각이 다르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과 비박, 친박 내 중진과 소장파 생각이 다르다”며 새누리당 내부적으로 확정된 협상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향후에도 원 구성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명환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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