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국무장관이 경선 시작 127일만에 과반 대의원을 뜻하는 ‘매직넘버를 달성해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힐러리는 캘리포니아 등 6개주 경선을 하루 앞둔 6일 일부 수퍼대의원들이 추가 지지를 선언,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2383명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힐러리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당의 여성 대선후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힐러리는 오는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대선후보로 추대될 예정이다. 힐러리가 매직넘버를 달성하면서 미국 대선은 본격적으로 힐러리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간 맞대결로 흘러가게 됐다.
힐러리가 매직넘버를 달성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조만간 힐러리 공식 지지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선거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선언 시점은 7일 캘리포니아 경선 직후 또는 8일 뉴욕에서 진행되는 민주당 선거자금 모금행사때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레임덕에 직면해있음에도 불구하고 52%를 넘나들 정도로 높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선언을 하면 힐러리 입장에서 강력한 우군을 얻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지원은 힐러리 지지를 망설이거나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던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있다. 샌더스와의 치열한 경선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세력이 균열 조짐을 보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선언으로 민주당 지지세력이 힐러리에 힘을 몰아주는 계기로 작용할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했던 지역이면서 힐러리가 고전하고 있는 지역인 미시건,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중서부지역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쟁자 샌더스가 경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7월 전당대회까지 경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힐러리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는 샌더스 진영을 향해 7일은 내가 오바마 후보를 공식 지지한 지 8년이 되는 날”이라며 샌더스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힐러리는 그동안 사실상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샌더스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퇴 압박 등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려 있는 7일 캘리포니아 경선도 관심사다. 캘리포니아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힐러리가 매직넘버를 달성했지만 만약 캘리포니아에서 샌더스에게 패배한다면 힐러리 본선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힐러리와 트럼프가 맞붙는 본선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이 비슷한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가 결정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민주당 또는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힐러리와 트럼프가 표를 나눠가진 후 경합지역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최종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경합지역은 오하이오,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등이다. 올해 대선에서는 메인, 애리조나 등도 경합주로 떠오르고 있다. 메인은 대체로 민주당 성향이 강했지만 백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어서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남부 애리조나는 그동안 공화당 ‘텃밭이었지만 트럼프를 반대하는 히스패닉 인구비중이 높아지면서 민주당 성향으로 변하고 있다. 힐러리는 제42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으로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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