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돈은 기본에 ‘감성영업’까지…45억대 리베이트 오간 의사·제약사
입력 2016-06-07 13:51  | 수정 2016-06-07 14:01
리베이트 사건 흐름도

의약품 채택 및 처방유도를 대가로 전국 국·공립병원, 대형 종합병원 등에 수십억 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Y제약은 도매상과 리서치 대행업체 등을 통해 병원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의사들의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도맡는 ‘감성영업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조건으로 전국 병·의원 1070여 곳의 의사 등에게 45억원 상당의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로(의료법 위반 등) Y제약 임직원 161명을 포함해 의사 292명과 병원 사무장 38명 등 총 491명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Y제약 총괄상무 박 모씨(53)와 개인병원 원장 임 모씨(50)를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개인병원을 운영하면서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Y제약으로부터 945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았다. 그는 병원 원장실이나 인근 주차장 등에서 직접 현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에게 다양한 ‘감성영업 활동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Y제약 영업사원들은 담당의사의 출퇴근 픽업은 물론이고 자녀들의 등하교 동반, 개인차량 정비, 조식 배달, 병원 시설물 관리 등 ‘감성영업이라는 명목 아래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처리하고 있었다.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Y제약의 수법은 다양했다. 리서치 대행업체를 이용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리서치 비용을 담당의사 개인명의 계좌와 Y제약 임직원 계좌 등으로 이체했다. 이 업체에 대해 경찰은 Y제약이 리베이트 자금 마련을 위해 명목상으로 설립한 회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Y제약은 또한 법인카드를 이용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상품권과 물품 등을 구매한 후,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했다. 영업사원이 직접 인터넷 오픈마켓에 상품을 게시하고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수법까지 동원해 현금을 준비했다.
이렇게 마련한 리베이트 자금으로 Y제약은 전국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자사의 의약품을 2~18개월 동안 처방해주는 조건으로 구두 약정하고, 처방금액 대비 5~750%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현금으로 제공했다. 일부는 병·의원들이 거래하는 도매상을 찾아 외상이나 잔금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Y제약은 자사의 영업사원을 상대로 리베이트 정책 암기테스트를 실시하고 GPS를 설치해 병·의원 방문내역을 확인하는 등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한 혐의가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리베이트 수수행위는 제약사의 비용을 과다하게 부담시켜 결국 약가 인상을 초래하고 국민들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한다”며 전국적으로 만연한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계속 수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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