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옥상 낭만` 루프톱이 뜬다
입력 2016-06-06 17:23  | 수정 2016-06-06 19:51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 인근 한 상가 건물 루프톱. 탁 트인 전망 덕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한주형 기자]
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회나무로) 일대. 신축하거나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 간판을 단 다세대·다가구 주택들이 즐비했다. 1층은 한산했지만 3층을 거쳐 루프톱(옥상)에 올라가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많았다. 주로 20·30세대다.
남산을 배경으로 골목길을 따라 오밀조밀 들어선 나지막한 강북 주택가가 한눈에 펼쳐졌다.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조망은 기본이고 시원한 바람, 저녁 달빛까지 더해져 루프톱 테이블부터 손님들이 찬다"며 "옥상을 찾는 임차인들이 늘어 루프톱은 품귀현상이 빚어진다"고 말했다.
가로수길, 이태원, 홍대, 명동 등 주요 상권에서 건물 야외 옥상인 '루프톱'이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경리단길과 해방촌길, 한강진길 등처럼 구릉지 경사면이 있는 이태원 골목길을 중심으로 루프톱을 설치한 건물이 크게 늘면서 '루프톱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루프톱(rooftop)은 꽉 막힌 실내 공간에서 야경 등을 즐기는 스카이라운지와 달리 건물 꼭대기층 야외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주로 고층을 내세운 호텔이 옥상을 활용해 '루프톱 바'를 설치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 외국처럼 야외에서 가볍게 파티를 하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면서 일반 상가 건물에도 다양한 형태의 루프톱이 확산되는 추세다.

경리단길의 한 태국 음식점의 경우 지상 2층 매장은 테이블을 5개 설치했지만 옥상에는 테이블이 12개나 된다. 매장 비중이 실내보다 옥상이 두 배가량 높다. 이 음식점 주인 A씨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200만여 원인데 옥상을 사용할 수 없었다면 다른 자리를 알아봤을 것"이라며 "주말에는 루프톱 테이블을 차지하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서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인근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루프톱 조망이 빼어나 광고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레스토랑 관계자는 "남산 조망이 워낙 뛰어나 화장품과 영양제 광고를 찍었다"고 소개했다.
루프톱을 매장으로 이용하려는 임차인이 늘면서 임대료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태원동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경리단길 이면도로 상가 1층 임대료는 3.3㎡당 10만원 선이다. 반면 루프톱을 이용할 수 있는 '꼭대기층' 임대료는 3.3㎡당 12만~15만원대에 달한다. 접근성이 좋고 눈에 잘 띄는 1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고 2층 이상은 싼 '상가 임대료 공식'이 깨진 셈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경리단길 등 이태원 주택가는 제1·2종 주거지역이어서 저층이지만 경사가 져서 3·4층만 돼도 옥상에서 운치 있는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며 "미군기지가 이전해 용산공원이 조성되면 조망이 한층 더 좋아지고 가족 단위의 발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리단길 대로변 건물은 루프톱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3.3㎡당 매매가격이 5000만~8000만원 선으로 3~4년 전(3000만~4000만원 선)보다 두 배 안팎으로 뛰었다.
가로수길이나 명동 플래그십스토어에도 최근 루프톱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도산대로에 문을 연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는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건물로 옥상에 대형 소파와 테이블, 선베드 등을 마련한 '루프톱 라운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건물의 야외 옥상을 루프톱으로 활용할 경우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건축법상 옥상에 골조와 담장, 지붕(천막 포함)을 갖춘 구조물은 건축물로 간주된다. 증축·설계할 때 안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데다 우천이나 한파 등 날씨와 소음 때문에 영업시간을 단축해야 할 수도 있다.
2년 전 지상 1~2층과 옥상에 캠핑형 바비큐 음식점을 차린 한 식당 주인은 "이웃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해 대다수의 루프톱 매장은 저녁 10시께면 먼저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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