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한국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맹방이자 ‘형제국인 미수교국 쿠바를 방문했다. 이로 인해 지난 1959년 쿠바의 공산화 이후 단절됐던 한·쿠바 양국 관계가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윤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 주요일정 수행을 마치고 파리 현지에서 쿠바의 수도 아바나로 직행했다. 윤 장관은 아바나 도착 후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부는 윤 장관 도착 전에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을 이번 정상회의에 장관 대리 자격으로 파견해 ACS가 추진하고 있는 ‘카리브지역 기후변화 영향 완화 관련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정부가 카리브해 지역 문제를 다루는 데다 공식 발언권도 없는 정상회의에 외교부 장·차관을 ‘릴레이 참석시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정부가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대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해 7월 미국과 쿠바간 국교정상화(양국 수도에 대사관 개설)를 계기로 쿠바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물밑작업을 해왔다.
이날 윤 장관은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한·쿠바 관계정상화에 대해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과 쿠바간 관계개선을 위해 조용하지만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쿠바) 방문 자체가 그러한 것을 상징하는 것이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쿠바 양측 간 다양한 노력을 하면서 부단히 매진해 나가다보면 서로가 원하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취재진들이 양국 간 관계정상화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자 여러 분야에서 이러한 접촉 면을 넓혀 서로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어떤 시점에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실제 한·쿠바 관계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찮다. 쿠바가 전통적 우방국인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한국과의 우호관계 증진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한편 윤 장관은 정상회의 참석 이후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 중남미 지역 조정국인 과테말라·코스타리카 외교장관과 만났다. 한국은 36개국으로 구성된 FEALAC의 동아시아 지역 조정국을 맡고 있다. 정부는 윤 장관의 쿠바 ACS 정상회의 참석 등을 계기로 현재 협상중인 한·중남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 아바나(쿠바) = 공동취재단 / 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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