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일본이 미국발 경제지표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시장 전망을 한참 빗나가는 충격적인 5월 고용지표를 발표한뒤 6월 미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확산됐다. 곧바로 달러 가치가 뚝 떨어졌고, 엔화값은 하루새 달러당 2엔 이상 올랐다.
미 기준금리 추가인상 시점이 뒤로 미뤄질 것이라는 분위기속에 미국채금리도 덩달아 급락(국채값 상승), 미·일 금리차가 줄어들자 일본 국채 매수세가 늘어난 점도 엔화값 강세를 부채질했다. 일본 국채를 사려는 엔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전날 보다 2% 이상 폭등, 장중 106.51엔까지 상승했다. 1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월 31일까지만 하더라도 111엔대였던 달러당 엔화값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내년 4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인상을 2년 6개월 재연기하자 108엔대까지 급등했다.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재연기한뒤 시장이 기대했던 경기부양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자 이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점도 엔화 매수를 부추겼다. 엔화는 안전자산 대명사로 경기 전망이 좋지 않거나 불안해지면 매수세가 강해진다. 부진한 미 고용지표는 가뜩이나 매수세가 몰려 오름세로 전환한 엔화값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달들어 3일 현재 달러당 엔화값은 5엔이나 급등한 상태다.
시장의 관심은 엔화값이 지난 5월 3일에 찍었던 105.55엔을 돌파할 것인지에 쏠려있다. 엔화값 105엔은 일본은행이 2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던 2014년 10월 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조만간 엔화 약세 유도를 위한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뉴욕=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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