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급식조리원 A(55)씨는 지난 3월 신학기부터는 급식비를 내야 한다는 학교 관계자의 말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해집니다.
지난해부터 도교육청이 지원한 급식비 8만 원이 발단이 됐습니다.
정식 수당으로 급식비가 지원되는 만큼 이제는 학교 급식실에서 먹는 식사 값을 내야 한다는 학교 측 주장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수긍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환경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먹고 남은 밥과 반찬을 허기 채우듯 먹는 형편인데 식대를 요구하는 학교 측 요구가 지나치고, 각박하다고 여겨졌습니다.
A씨는 "급식을 마치면 오후 1∼2시가 돼서야 겨우 밥을 먹곤 한다"며 "먹다 남은 식은 밥과 국, 반찬으로 허기를 채우는 정도이고, 어떨 때는 반찬도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고 푸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정이 이런 데 정식으로 식사하는 것처럼 온전히 급식비를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민간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에게도 밥은 주지 않느냐"고 억울해했습니다.
한 끼가 보통 3천500원∼4천원이라고 한다면 8만원을 약간 밑돌거나 웃도는 수준입니다. 식대로 지급되는 수당을 온전히 내놓으라는 얘기인 셈입니다.
명목상 '급식 수당'으로 명명했지만 사실상 통상 임금 인상 차원에서 신설된 걸 고려할 때 수당을 신설하고 고스란히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학교 급식 조리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A씨와 동료 조리원들은 현재 돈을 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밥을 싸와 끼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은 밥과 반찬이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돼 나가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곤 했습니다.
A씨는 공무원들의 60% 정도인 현재 급식수당 8만 원이 어떤 식으로 책정됐는지에도 불만이 많았습니다.
밥값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그 차액이 절대 작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A씨는 "정규직 공무원들은 13만 원을 받는데 조리원들은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요구해 겨우 8만원을 받게 됐다"며 "업무 처리 영역이 다르니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에 차이가 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식사비에서도 차별받는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내 비정규직의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충북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급식비 기준을 어느 정도로 보냐는냐에 따라 계산 값이 다를 수 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낮은 임금을 고려해보면 공무원들의 수당과 비슷한 수준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임금 협상 파트너인 도교육청은 조리 종사원 급식비 징수 문제는 원칙적으로 각 학교 단위 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발을 뺍니다.
학생 몫으로만 급식 예산이 짜여 있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수당까지 지원하는 마당에 학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조리 종사원에게 급식비를 받지 말라고 도교육청이 나서서 지시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급식비 논쟁은 충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논란 끝에 급식비 면제를 결정한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비슷한 상황입니다.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정액급식비(13만원) 지급을 비롯해 기본급 3% 인상, 정기근무가산금 상한선 폐지, 맞춤형 복지비, 정기상여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도교육청과 마라톤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북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는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로 구성됐습니다.
충북에는 5천812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교무 실무사나 상담사, 사서, 시간제강사, 과학실무사 등으로 일합니다.
도교육청과 충북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는 정액 급식비 인상이나 상여금 지급 등의 요구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자는 데는 입장차이가 크지 않다"며 "다만 노조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려면 60억∼70억 정도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인데 예산상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한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도교육청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 2개 노조가 동시 파업에 나서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임금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지역별 릴레이 파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사소해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비정규직 급식비 논쟁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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