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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코치로 변신한 손민한, 자신감을 심어주다
입력 2016-06-04 07:05  | 수정 2016-06-04 09:31
손민한이 3일 창원시 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부 선수들과 "손민한과 놀자" 프로그램을 진행중이이다. 일일 코치로 변신한 손민한은 선수 시절 경험담과 투수들의 자세를 교정해줬다. 사진(창원)=김진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오늘은 하루 동안 코치님이라고 불러요. 추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3일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마산양덕초. 긴장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가득찬 양덕초 야구부 아이들을 앞에 두고 손민한(41·전 NC 다이노스) 순회코치는 웃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현역 프로선수에서 은퇴한 손 코치는 최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일 마산중을 시작으로 NC와 손잡고 ‘손민한과 놀자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NC의 드래프트 연고지인 창원, 경남, 울산, 전북의 유소년 야구팀에 대한 순회코칭 및 지역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티볼교육이 프로그램의 주 내용.
은퇴 후 농사를 짓고 텃밭을 가꾸면서 생활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손 코치는 구단과의 상의 끝에 유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
순회코치가 정식 명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손 코치는 야구부 선수들에게는 코치, 일반 학생들에게는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어린 선수들과 만나는 시간은 2시간 반 가량으로 길지 않다. 그가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경험담 위주로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이유다.
특히 선수들에게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중점을 뒀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다들 알지? 처음에 팀에 입단했을 때 저렇게 뚱뚱한 친구가 어떻게 야구를 할까했는데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어요. 자신감이 큰 선수였어요.”
손 코치는 야구는 발이 느려도, 키가 작아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머리를 빡빡하게 깎은 25명의 어린 새싹들은 한손으로는 자신들이 쓰고 있던 모자를 잡고 또랑또랑한 눈으로 손 코치의 얼굴을 바라봤다. 때마침 이대호는 이날 홈런 한 개를 포함해 3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현역시절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명성을 날렸던 손 코치에게 한 선수가 제구력은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수 있나요”라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손 코치는 제구력이 없는 투수는 안 맞으려고 한다. 멀리서 깡통을 맞추는 제구력은 없지만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한다. 공격적으로 붙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느 덧 한 시간이 흘렀다. 손 코치는 아이들에게 캐치볼을 시키면서 자세교정을 봐줬다. 아직 어린선수들이라 그런지 송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손 코치는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선수들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이후에는 세 팀으로 나눠 캐치볼 10회 반복을 빨리하는 ‘캐치볼 게임을 진행시켰다.
한 팀이 마지막 마무리가 좋지 않아 자꾸 꼴찌를 하자 손 코치는 한 번은 이겨야지”라면서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았다. 그 팀은 마지막 게임에서 가장 먼저 캐치볼을 끝냈다. 손 코치는 이후 투수들만 따로 불러 다시 기본기를 강조했다. 여름에도 팔 보호를 위해 긴 팔도 입었다”면서 스마트폰 많이 쓰고 컴퓨터 마우스 많이 하면 팔을 다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손 코치는 선수들이나 학부모 및 코칭스태프들은 프로 선수가 온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래서 부담감도 있다”면서 기존 코칭스태프가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은 혼란을 줄까봐 조심스럽다. 선수시절 경험담이나 마음가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소년 선수들의) 환경은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열악한 학교들을 다녀오면서 마음이 무거운 적이 많았다. 폐교를 막기 위해 야구부를 만든 학교도 있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 준 구단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뿌듯함을 느낀다.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도움을 드리고자 시작했는데 제가 제일 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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