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영업손실이 연결 기준 117억4434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 ‘번개표 브랜드의 조명으로 유명한 금호전기가 올해 2월 25일 공시한 내용이다.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금호전기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실패한 투자와 때 늦은 투자 탓이다. LED 사업 수직계열화를 위해 지난 2009년 인수한 ‘더리즈(LED칩 제조회사, 현 금호AMT)의 과도한 부채 덫에 걸려 금호전기는 어려움에 빠지고 말았다. 계열사인 루미마이크로(LED패키지 전문업체)의 투자까지 합하면 적어도 300억원 이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게다가 세계 LED 시장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금호전기에 ‘자칫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금호전기 박명구 회장(62)은 지난해 9월부터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회의를 주재하며 국내외 모든 현안을 직접 챙겼다. 엔지니어(전자공학박사) 출신이다보니 기술개발 회의까지도 이끌었다. 오죽했으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창립80주년(지난해 5월25일)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넘어갔을까. 경기도 오산시 금호전기 오산사업장에서 만난 박 회장은 큰 위기를 겪으면서 정말 스스로 많은 걸 배우고 있다”면서 지금은 생산직 한 명 뽑는 것도 신중히 결정할 정도로 회사가 정상화되는 시점까지는 매일 명운을 걸고 의사 결정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중국 둥관에 있는 사출공장의 경우 전체 인력을 86명에서 47명으로 절반 가량 줄였다. 그는 둥관공장의 재료비와 판매가격을 분석해 보니 괜찮은 수준인데, 돈이 남지 않는 구조여서 결국 인력 과잉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비용 감축을 위해 인력을 줄여보라고 했더니 79명으로 줄이고는, 인력감축을 다 마쳤다고 하더라”며 기업에게 비용 절감을 포함한 구조조정은 영원히 담금질을 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금호전기는 베트남 호치민 생산공장도 올 2월 폐쇄하고 영업 인력만 20명 남겨뒀고, 일본 판매법인도 인력을 10명에서 2명으로 슬림화했다. 루미마이크로, 금호HT 등 다른 계열사도 모두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성인 남성의 정상 체중을 70㎏으로 본다면, 금호전기의 과거와 현재 체중은 어떻게 비유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박 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에 잔뜩 기름이 낀 100㎏의 거구였다면, 지금은 다소 홀쭉한 60㎏ 수준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사실상 끝냈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까지 조금씩 물이 새는 것을 살펴 회사 경영에 불필요한 것을 막았지만, 향후 재도약을 대비하기 위해 기술 인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구조조정 효과가 올 2월부터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올 3월부터 매달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978억원, 영업이익 9억원으로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났는데, 2분기는 더욱 호전되고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금호전기의 강점은 조명 기술력과 80년이 넘는 업력, 번개표 브랜드(상표) 세 가지라는 것을 재확인한만큼 결국 우리는 수익을 내는 LED조명 전문메이커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라며 해외 공공기관의 발주 시장을 노려 내년 말까지는 다시 알토란 같은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금호전기처럼 국내외에서 제품 생산부터 시공까지 전체 조명공사를 도맡아 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에 거의 없다. 금호전기는 일반 조명 뿐 아니라 가로등, 차량용까지 다양한 LED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유럽 인증 획득 등 첨단 기술력을 토대로 올해 들어 해외시장 곳곳을 뚫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마운트버넌시에 LED가로등을, 3월에는 국내기업 최초로 아르헨티나 주요 도시에 LED 가로등과 투광등 13만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박 회장은 LED조명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함에 따라 오는 2019년 매출액 4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대기업도 석 달만 어려우면 난리가 나는 게 세상원리 아니냐”며 광속처럼 변하는 시대인 만큼 수익 나지 않는 것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처럼 치우고, 빨리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해야 한다”고 했다.
[오산 = 민석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