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인 ‘윈도우 홀로그래픽 플랫폼(윈도우 홀로그래픽)만 설치하면 다른 제휴사 기기들도 동일한 VR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VR의 표준 운영체제(OS)로 자리잡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테리 마이어슨 MS 부사장이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인 ‘타이베이 국제 컴퓨텍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이어슨 부사장은 이날 자사의 VR기기인 ‘홀로렌즈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가 연동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제휴사 목록에서 빠져있지만, MS의 윈도우 10을 기반으로 구동되고 있어 시연기기로 채택됐다.
MS 전략은 VR 플랫폼을 선점함으로써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MS는 개인용컴퓨터(PC) 시대에 세계 OS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윈도 시리즈를 통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IT업계 주도권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며 애플·구글 등에 권좌를 내주고 말았다.
MS는 지난달 31일 모든 기기에 윈도우 홀로그래픽을 적용시킬 준비가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다른 회사 VR기기를 윈도우 홀로그래픽에 끌어들이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윈도우 홀로그래픽은 PC용 운영체제인 윈도우 10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지녀 사용자들에게 친숙하며,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의 ‘바이브처럼 이미 윈도우 10 PC에 연동된 타사 제품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MS에 따르면 2020년까지 VR기기 누적 판매대수는 8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VR이 차세대 핵심기술로 떠오르며 시장 선점을 위한 전세계 IT 업체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MS와 10개 업체간 제휴에 앞서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는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었다. LG전자와 중국 화웨이(華爲), 샤오미(小米) 등도 VR기기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