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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 벼른 김지수의 준비된 차우찬 공략
입력 2016-06-01 22:20  | 수정 2016-06-01 22:53
김지수(오른쪽)는 1일 고척 삼성전에서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 넥센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김지수(넥센)는 5월의 마지막 날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6월의 첫 날 선발로 뛸 것이니 준비하라는 통보를.
넥센은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떨어진 가운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백업 멤버 3명을 선발로 기용했는데, 그 중 한 명이 김지수였다. 좌투수 차우찬을 공략하기 위해 우타자 일색으로 타순을 짰다. 김지수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8명의 타자 중 1명이기도 했다.
김지수는 차우찬을 상대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단단히 준비했다. 지난해 차우찬을 상대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지난 2015년 5월 5일 목동 삼성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6회 도중 교체됐다. 두 차례 찬스가 주어졌으나 모두 유격수 땅볼. 병살타도 1번 있었다. 넥센은 재역전승을 거뒀지만, 차우찬 앞에 작아졌던 김지수였다.
김지수는 어제 선발 출전 통보를 받고서 대비를 했다. 지난해 차우찬을 상대로 결과가 워낙 좋지 않아, 어떻게 나를 상대했는지 자료를 꼼꼼히 봤다”라고 밝혔다.
공부한 효과는 컸다. 김지수는 1일 고척 삼성전 역전승의 주역이었다. 1-2로 뒤진 2회 2사 1,2루서 차우찬의 143km 속구를 때려 동점을 만들었다. 김지수는 사실 변화구를 노렸다. 1B 2S에 몰려 더 이상 변화구만 볼 수는 없었다. 그냥 정확하게 맞추자는 생각이었는데 잘 풀렸다”라고 말했다.
김지수의 타격은 4회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홍성갑의 데뷔 첫 3루타로 3-3 동점이 된 가운데 김지수는 타석에 섰다. 1사 3루, 외야 뜬공이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김지수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 ‘(홍)성갑이의 발이 빠르지 않으니 외야로 멀리 보내는 게 안전하겠다라는 생각이었다.
2구 만에 2S가 됐으나 김지수는 침착하게 차우찬의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 그리고 풀카운트서 낮게 떨어지는 128km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목표대로 멀리 날렸다. 홍성갑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이 적시타는 결승타가 됐다.

김지수는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쳐 배팅 밸런스도 좋았다”라며 차우찬이 나를 상대할 때 속구보다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그 점을 계속 생각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유인구를 던질 것이라고. 운 좋게 내 배팅 타이밍에 맞는 공이 날아왔다”라고 말했다. 김지수는 선발 출전이 시즌 2번째. 지난 4월 19일 문학 SK전 이후 43일 만이다. 새 홈구장인 고척돔에서는 처음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가 컸다.
그 경기에서 결승타를 때려 수훈선수가 됐다. 그는 경기 후 1루측 관중석에 올라 서건창, 박주현(이상 수훈선수), 김하성(원정경기 MVP)과 함께 팬 앞에 서서 인사했다. 1년 만에 느낀 짜릿한 기쁨이다.
김지수는 오랜만에 선발 출전이나 평소와 똑같이 하려고 했다.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이 돼 잘 안 되더라. 그리고 나에 대한 기대치도 (다른 동료들보다)크지도 않으니 나 혼자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임했는데 오늘은 내가 좀 되는 날인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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