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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도 괜찮아’ KIA 영건 이진영이 만든 놀라운 반전
입력 2016-06-01 21:36  | 수정 2016-06-02 04:50
KIA 영건 이진영(사진)이 놀라운 반전을 써내며 선취점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KIA 영건 외야수 이진영이 제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남겼다. 긴장된 탓에 볼카운트를 착각하는 실수를 범했지만 이후 행운까지 곁들여지며 경기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틀 연속 선발로 믿음을 드러낸 김기태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응답했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뒤 KIA 유니폼을 입은 이진영은 말 그대로 신예 중에 신예. 현재보다 미래를 염두 되는 외야자원이다. 그는 지난 31일 최원준 등 영건 야수 3명과 함께 1군에 콜업됐다. 지난 한 주 NC에게 스윕패를 당하며 침체에 빠진 팀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던 부분. 김기태 감독은 과감했다. 1군 합류 직후인 31일 잠실 LG전에 선발 우익수 및 9번 타자로 출격시킨 것.
관중도 많고 극도로 긴장될 것이 자명했다. 사령탑과 팬들 역시 큰 기대보다는 1군 경험에 더 초점을 맞췄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첫 경기부터 절묘한 찬스가 그 앞에 펼쳐졌다. 연장 12회초 2사 1,2루 찬스 상황서 타석에 들어서게 된 것. 김 감독은 이진영을 믿고 맡겼다. 2루 주자 자리에는 또 다른 영건 기대주 최원준을 기용해 기동력을 강화했다.
아쉽게도 결말은 2루 방면 땅볼 아웃. 김 감독은 1일 경기 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진영이가 치고 (최)원준이가 홈으로 들어오면 다음 날 신문 1면 감이었다”고 허허 웃었다. 신인들의 패기가 점수로 이어질 수 있었던 가능성을 높게 본 것. 실패했지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오늘도 진영이가 선발로 나선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런 김 감독의 믿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로 입증됐다. 1일 잠실구장서 열린 LG와의 4차전, 이진영이 선취점 주인공이 된 것.
시작은 다소 황당했다. 사연은 이렇다. 3회초 1사 상황서 타석에 선 이진영은 상대투수 코프랜드의 3구에 헛스윙을 했다. 그런데 이후 돌연 덕아웃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시 볼 카운트는 1볼 2스트라이크. 신예인 이진영이 볼카운트를 착각해 삼진아웃으로 생각하고 덕아웃에 들어간 것이다. 주심은 물론 상대팀, 팬들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든 황당한 일이었다. 경험이 적은 이진영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진영(오른쪽)은 연속된 상대실책으로 이날 경기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그런데 이후 뜻밖의 일이 펼쳐졌다. 다시 타석에 돌아온 이진영은 코프랜드의 6구를 타격했는데 공은 3루수 히메네스 방향으로 흘렀다. 평범한 땅볼이었지만 히메네스가 공을 더듬는 바람에 결국 세이프. 이진영은 후속타자 김호령 타석 때 도루를 시도했는데 LG 포수 유강남의 송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뒤로 빠졌다. 이진영은 이어진 상대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했다.
이후 김호령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이어 타석에 선 강한울이 때린 타구가 2루수 방면으로 흘러갔다. 이 때 이진영은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만든다.
이진영이 3회 얻은 1득점은 5회말까지 이어진다. KIA의 초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해낸 것. 본인 스스로도 감독도 팬들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천금의 득점을 만든 것이다. 이진영은 꽉 채워진 잠실구장, 열광적인 팬들 응원소리에도 기죽지 않고 패기 있는 득점을 올려내며 자신에게 믿음을 보내준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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