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뜨거운 분양시장` 원정나선 견본주택
입력 2016-06-01 17:13  | 수정 2016-06-01 19:28
서울 강남 도산공원사거리에 세워진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분양홍보관.
서울 강남구 '핫 플레이스'인 도산공원사거리에는 대림산업이 경기 용인에 짓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분양홍보관이 있다. 지난해 말 역대 최대인 6800가구를 한번에 쏟아내 화제를 모았던 단지다. 이름은 '홍보관'이지만 평형 내부를 재현한 유닛도 가져다놓고 아파트 단지 모형도 설치해놓아 사실상 견본주택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2116가구로 당초 공급량도 가장 많았고 남아 있는 물량이 몰려 있는 전용면적 84㎡A형 유닛만 관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안에 판촉 부스까지 열었다. 한숲시티 분양을 맡고 있는 손상준 도우 대표는 "강남권 투자 수요를 겨냥한 것"이라며 "그 덕분에 현재 계약률이 75%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팀처럼 '원정경기'를 떠나는 견본주택이 늘고 있다. 최근 후끈 달아오른 분양 열기 덕택에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요가 몰리자 집토끼(지역 내 수요)에 이어 산토끼(수도권 광역 수요)까지 잡기 위해 단지가 들어서는 현장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분양홍보를 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뿐 아니라 지난달 평균 경쟁률 36.2대1로 전 타입 청약을 1순위에서 끝낸 삼성물산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 견본주택도 과천이 아니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래미안갤러리에 마련됐다. 최고 3000만원에 육박해 서울 강남 일부 재건축 아파트보다도 분양가가 비쌌던 이 단지가 청약에서 흥행한 것은 송파구 견본주택을 찾은 강남 자산가들의 힘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곳처럼 투자 수요를 이끌 만한 수도권 유망지역 내 단지 견본주택이 강남에 문을 여는 사례가 잇따른다. 호반건설이 이달 중 분양하는 '미사강변 호반 써밋플레이스'는 서울 강남구 자곡사거리, 두산건설이 짓는 성남 수정구 태평동의 '가천대역 두산위브' 역시 강남 자곡동을 견본주택 개관 장소로 낙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에는 올해 개포 재건축을 계기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있다"며 "분양가를 끌어올려 덩달아 주변 집값 상승까지 이끌어내는 강남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부천에 견본주택을 여는 `시흥 은계 우미린`.
실수요보다는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강남 견본주택에서는 매입 시 시세차익을 거두기 유리하다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삼는다. 실제로 신사동 한숲시티 견본주택에서 만난 홍보 직원은 "KTX 동탄역이 연말에 개통하고 국지도 84호선과 장지IC 등이 들어서면 값이 뛸 것"이라며 특히 교통 호재를 강조했다.
강남만큼은 아니지만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입지를 커버하고 최대한 많은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현장 인근 도심이나 신도시에 견본주택을 개관하는 곳도 있다. 한숲시티는 강남 외에 현재 동탄2신도시에도 유닛 하나 규모의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분양이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진 이 지역 청약시장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시도다.
6월 중 청약을 받는 우미건설 '시흥 은계지구 우미린'은 단지가 들어서는 은계지구와 맞붙어 있는 경기 부천시에 견본주택을 열 예정이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어필하기 위해 비슷한 조건이면서 집객이 더 쉬운 부천에서 홍보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은계지구의 '시흥 은계 한양수자인'과 '시흥 은계 호반 써밋플레이스' 견본주택은 KTX 광명역이 있는 광명시 일직동에 이달 중 들어설 예정이다. 광명역을 찾는 수도권 서남부 광역 수요를 고려했다.

원정경기 효과는 좋다. 단지가 있는 경기 광주시가 아닌 관람객 모집에 더 유리한 성남 분당에 견본주택을 열었던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는 지난 3월 청약에서 당해 지역 131명, 수도권 지역에서 1203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할 점도 있다. 하다못해 월 수십만 원짜리 월셋집을 구할 때도 주변을 돌아보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게 상식인데 수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팔면서 현장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홍보를 하고 계약까지 유도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염두에 뒀다면 실제 사업지에 들러 위치와 교통 여건 등을 꼭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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