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외교가 “핵-경제 병진 노선 北에 선물 줄 가능성 낮아”
입력 2016-06-01 17:06  | 수정 2016-06-02 17:08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고위인사로 처음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그가 가져온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접견에서 리 부위원장이 시주석에 대한 방북 초청 또는 김정은의 방중 의사를 전달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국력을 기울여 개최한 제7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확고한 1인 지배체제를 완성한 김정은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중국이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김정은 방중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조치를 강조해왔는데 북한은 오히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중한 리수용 부위원장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1일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리부위원장이 전날 밤 베이징에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리수용 동지는 담화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해 나갈 노동당의 입장을 천명하신데 대해 강조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주장해온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재확인한 셈인데 북한이 의도적으로 이를 강조한 것인지, 의례적인 발언으로 나온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핵포기 불가 입장을 중국에 다시 통보한 것이라면 향후 북중관계 개선 여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즉각 대응을 피했다. 쑹타오 부장은 중국 당과 정부는 조선노동당과 인민이 자기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로 나가는 것을 지지한다”며 전통적인 중조 친선관계를 중시하며 새로운 환경에 맞게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북중간 친선을 강조하는 데 그친 것이지만, 북측 보도내용 외에 비핵화 관련 이견이 표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대부분 리수용의 일정과 발언에 대해 짧은 단신기사로 취급하고 있다.
북한이 리 부위원장을 중국에 보낸 시기는 지난 3월 채택된 대북결의 2270호에 대한 이행보고서 제출 시한(2일) 과 맞물려 있다. 대북결의 2270호는 유엔 회원국들이 결의안 채택 90일을 맞게 되는 2일까지 자국 내에 있는 북한 금융기관과 북측 소유 계좌를 폐쇄, 동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역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으로서는 유엔결의 중간점검 이후 제재 강화를 피하기 위해 중국을 ‘아군으로 끌여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최룡해 당시 군 총정치국장(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에 보내 대외적 활로를 모색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군복 차림으로 베이징에 온 최룡해를 모른체하다가 군복을 벗고 양복으로 갈아입은 그를 만나 한반도 비핵화 입장과 북핵불용 원칙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리 부위원장 방중 당일 새벽 동해안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발사실험을 한 것도 미국보다는 ‘중국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중국이 유엔결의에 대한 확고한 이행의지를 밝히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전통적 대치구도는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리수용이 중국으로 떠나는 날 동해안에서 중국과 북한의 ‘공동의 적인 미·일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해 중국에 분명한 피아(彼我)식별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대북제재 결의 이후 지난 4월 중국의 대북수입액이 23% 급감하는 등 중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슬그머니 북한의 숨통을 터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여러차례 대북제재의 엄격한 이행을 강조했기 때문에 북측에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선물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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