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잔루 | 롯데판 살아남은 자의 슬픔
입력 2016-05-29 06:37  | 수정 2016-05-29 06:40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를 딛고 살아간다. 하지만 야구에서는 홈까지 무사히 들어와야 한다. 베이스 위에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은 롯데가 처한 위기를 대변하고 있다.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안준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다시 연패 모드에 빠졌다. 마운드에 힘이 떨어지면서 선발 야구가 안 되는 문제가 가장 크지만, 타격에서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점도 뼈아프기만 하다. 결과는 득점이 아닌 잔루로만 남고 있다.
28일 대전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롯데는 6-9로 패하고 말았다. 전날 7-11패배에 이어 충격적인 연패다. 승률 5할 문턱까지 다가섰던 롯데는 다시 승패마진 –3(22승25패)이 됐다. 이날 선발 박진형은 자신의 최다 이닝인 5⅓이닝을 소화했지만 4실점하며 힘을 뺐다. 불펜도 한화 타선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수비 실책과 득점권에서 찬스를 날려버린 타선의 무기력함이었다. 특히 잔루가 10개나 됐다.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내지 못하며 경기 주도권을 한화에게 내줬다.
찬스 상황을 보면 아쉽기만 하다. 2회 무사 만루에서 김상호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었다. 하지만 이어진 1사 1, 3루에서 문규현이 유격수 병살타를 때려 추가점을 올리지 못했다, 3회에도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다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황재균이 3루수 땅볼에 그치며 3루주자가 홈에서 아웃됐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4번타자 최준석이 유격수 앞 땅볼을 때렸다. 다행히 한화의 수비 실책이 나왔다. 3루 주자 손아섭이 홈을 밟았다. 그러나 뼈아픈 주루미스가 나왔다. 3루를 밟은 김문호가 홈까지 노리다가 3루와 홈 사이에서 협살됐다.
이런 답답한 장면은 막판 추격할 때도 나왔다. 유격수 문규현의 실책 등으로 4-7로 뒤지던 8회 2점을 따라붙었다. 1사 1,2루의 찬스도 이어졌다. 하지만 최준석이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롯데가 수건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답답한 장면은 올해 유독 롯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주자를 모아놓고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잔루가 많다는 얘기다. 28일까지 롯데는 잔루 380개로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잔루를 기록 중이다. 잔루가 많다는 것은 득점 찬스를 만들어 놓고 해결 짓지 못하거나 찬스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의미가 있다. 야구에서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살아남은 자의 수가 많을수록 비효율적인 경기를 하게 된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위기에 빠진 롯데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