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인터뷰] 김아영 “‘헤비메탈 걸스’, 진정한 행복에 관한 작품”
입력 2016-05-27 15:42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MBN스타 김진선 기자] 조금은 쉰 목소리지만, 인터뷰 내내 행복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몸을 많이 써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헤비메탈 걸스를 설명하면서도, 힐링 중이라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 무대에만 오르면 힘이 솟는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김아영의 엔도르핀의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배우 김아영이 ‘헤비메탈 걸스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앞서 ‘빨래 ‘총각네 야채가게 ‘두근두근 내인생 ‘심야식당 ‘락시터 ‘택시 드리벌등의 작품을 통해 따뜻한 미소와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한 김아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행복에 대해 말한다.

‘헤비메탈 걸스(이하 ‘헤비메탈)는 헤비메탈이라는 음악적 장르가 가진 특성을 통해 자신을 틀을 깨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네 여성의 얘기를 담은 연극이다. 16년 동안 회사를 위해 휴가도 반납하면서 일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퇴직인 세 동기 주영, 은주, 정민과 막내 부진은 새로 부임하는 사장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한 달 동안 헤비메탈을 배우게 된다. 극 중 김아영은 기러기 엄마 은주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소심해 헤비메탈을 배울 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동작도 커지고, 급기야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 힘 있는 대사를 내뱉는 인물이다.

은주라는 인물을 봤을 때, 아줌마 성향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작품에서 아줌마 역할을 할 때 우선 어머니를 롤모델로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소녀답게 표현된 것 같아요. 어머니가 욕 한 번 못하는 소녀 같은 분인데, 은주의 처음 부분이 그렇거든요. 그러다 보니, 극이 진행될수록 뭉클함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

‘헤비메탈은 여자 네 명이 축을 이루는 작품이다. 남자배우들 출연에 기우는 대학로 작품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때문에 김아영은 ‘헤비메탈에 대한 고민이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 잘 하고 싶은 부담 아닌 부담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헤비메탈은 대학로에서 도전인 작품이이에요. 남자배우가 아닌 네 여자가 축을 이루는 작품이지 않나. 남자가 주(主)가 되는 작품 수요가 많아요. 좋은 작품 ‘헤비메탈이 오롯이 작품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어요.”

여배우 네 명의 개성이 또렷이 드러난다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헤비메탈은 분명히 차별성이 있다. 특히 작위적인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았다.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행복의 기준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열린 결말로, 다양한 해석을 내놓게 한다. 배꼽을 잡게 웃게 만들면서도, 어느 순간 먹먹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이 작품은 제 이름을 걸고, 자신할 수 있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배우가 공연으로 내 얘기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는 것은 행복이란 것을 느꼈어요. 헤비메탈을 배우는 과정이, 실직 안 당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세상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아서죠. 무언가에 눌려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에 대해 깨우치는 과정인 것 같아,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또 전형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더 좋아요. 실직 당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헤비메탈을 배워도 결론적으로 실직을 당하잖아요. 하지만 내 행복은 여러 갈래가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관객들의 관점에 따라, 인물들의 행복을 생각할 수 있다는 열린 결말이라 좋아요.”

김아영의 말대로, ‘헤비메탈은 ‘무언가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절박하던 마음을 깨고 나와,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행복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무언가가 직장이든, 관계에 관한 것이든 각자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김아영이 생각하는 행복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행복에 대해 예전에 연기 수업을 했던 제자들에게도 많이 했어요. 배우 하는 게 좋아서 하는 게 우선지만, 1차원적인 것에 치우치지 말고,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는 거죠. 그래야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거나, 위로가 될 수 있고, 누군가의 가치가 된다는, 추상적인 가치가 잡혀 있어야 흔들리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부진이라는 인물은 회사에 남고, 나머지는 실직을 당해 헤비메탈 공연을 해요. 어떤 게 분명한 해피엔딩인지는 각자의 몫인 셈인 거예요. 각자가 사는 인생의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행복에 대한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극 중 인물들은 ‘헤비메탈을 통해 자신을 깨고 나와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소심했던 성격도, 임산부라는 우려도, 결혼에 대한 압박 등 말이다. 김아영은 ‘자신을 깬다는 표현 대신 ‘소신에 힘을 더했다.

저에게 ‘깬다!라는 것은 나를 일탈하는 게 아니라 이를 악 악물고 소신을 지킨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촬영이 들어갔을 때(최근 김아영은 MBC 에브리원 드라마 ‘툰드라쇼 시즌2-꽃가족에 출연했다)사람들의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축하한다는 것이 무명 배우가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더라고요. 이해는 되어요. 근데 각각 매체 장르의 특성이 있을 뿐이지, 하위, 상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들조차 그런 얘기 많이 하니까 답답함이 들더라고요. 전 드라마와 영화를 한다고 해서 절대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아요. 무대 위가 정말 행복해요. 무대에 오르는 이 생활이 결코 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학로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안정된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으로 가는 길로 연극이나 뮤지컬을 디딤돌로 삼는 배우들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고, 기존에 있는 배우들 역시 발길을 돌리고픈 바람을 지닐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 김아영은 아쉬움을 토로한 것. 발길을 돌리는 것은 좋지만, 연극 무대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 그의 신념인 것이다. 많은 이가 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아영의 말끝에서도 힘이 느껴지는 것은 그의 곧은 생각 덕분이었다.

후배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여배우가, 대학로에서 자신의 길만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김아영은 스스로 방향을 잡고 후배들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사심콘서트도 그 중 하나. 오는 6월20일에도 친한 배우들과 무대를 꾸민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고, 실력 있는 배우들이 끼를 방출할 수 있는 자리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이 김아영의 설명이다.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지만, 어느 순간 선배가 되고 후배가 생기니까, 막연히 내 커리어가 아니라 15년 무대에 오른 여배우로서 책임이 느껴져요. 저 같은 배우가 있어야 후배들도 무대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책임감도 들고요. 우리가 갈 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고 싶은 말이요? 대학로 여자배우들에게도 힘을 주세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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