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반기문 대선 출마 강력 시사…임기 중 대북 행보로 '차별화'
입력 2016-05-26 15:23 
반기문 대선 출마 시사/사진=MBN
반기문 대선 출마 강력 시사…임기 중 대북 행보로 '차별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총장 임기 중 방북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대북 행보로 다른 대권 주자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반 총장은 26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 "저는 북한에 더 이상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반도에서 갈등이 고조되면 동북아, 그 너머 지역까지 어둠의 그림자가 깔릴 수 있다"면서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반 총장은 전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서도 "작년에 (북한에) 갈 기회가 상당히 무르익었는데 이루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계속 고위급 (대북)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작년 5월 개성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무산됐고, 12월에도 방북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반 총장은 "남북 간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혀 방북 재추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남북문제는 숙명"이라며 "대북 압박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 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혀 자신의 방북이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반 총장이 '대북 카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반 총장이 권력욕도 갖추고 있고, 국제적 명성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과연 나머지 임기 동안에 본인 스스로 이야기했듯이 대북관계에 대해서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남 평화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도 반 총장의 방북을 돌파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지난 24일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에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에 반 총장에게 지난 4월 집단 탈북한 북한의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북한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에 대한 선전공세의 일환이나, 현 남북관계에서 반 총장에게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반 총장이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을 하게 되면 단절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 메신저로서 반 총장의 이미지가 각인되고,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는 와중에도 북한은 핵 보유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반 총장의 방북 여건 조성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반 총장이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다고 해도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끌어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히려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자신들의 입장을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9일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이라고 선언했고, 노동당 규약에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명시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으면 남북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변수입니다.

따라서 반 총장이 언급한 '고위급 대화채널'을 통해 북측과 방북 관련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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