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서울시 학교 급식비리 만연
입력 2016-05-25 16:00 

식재료를 외부로 빼돌리거나 특정 납품업체에 계약을 몰아주는 등 급식 비리를 저지른 학교들이 다수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초·중·고교 51개교를 대상으로 급식 감사를 진행한 결과 부당 수의계약 등 계약법 위반, 위생·안전점검 및 영양관리 부적정 등 총 181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교는 식재료 납품업체 선정 시 임의로 3∼5개의 특정 업체를 골라 3년간 입찰에 참여시키고 대신 높은 단가의 제품으로 계약을 맺은 뒤 뒤로는 낮은 단가의 제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는 육류를 납품받고도 검수 관련 서류를 폐기하고 축산물 유통관리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 횡령 의혹도 짙은 상황이다.
다른 고교에서는 영양사가 식단을 수시로 변경하면서 식재료를 무단으로 발주해 구입한 뒤 급식관련 서류를 보관하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납품업체가 실제로 식재료를 공급했는지, 식재료가 급식에 실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식재료를 횡령했거나 외부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고교는 육류나 생선류를 제외하고 식단을 구성해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가 낮아지자 학생들이 좋아하는 빵과 케이크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학생들이 당분을 과다섭취하도록 조장했다. 이 학교는 빵과 케이크류 등을 식단에 포함하고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상의 영양관리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급식일지에는 식재료 사용량을 허위로 적기도 했다.
이외에도 급식 위탁운영업체를 선정할 때 추정금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공개입찰을 해야 하는데 수의계약을 맺거나 협상 절차를 부적절하게 진행해 특정업체를 선정한 학교들도 6곳 있었다.
교육청은 법규와 절차를 위반한 정도가 큰 학교 관계자 11명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머지 245명에 대해서는 경고·주의 처분했다. 또 급식비 횡령이 의심되는 4개 학교와 12개 업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청은 이 같은 급식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학교급식을 학교직영체제로 운영하도록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중식을 제외한 조·석식이 급식업체에 모두 위탁되고 있다. 또 특정업체와의 유착을 막기 위해 학생 등 급식 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치거나 급식회계 관련 연중 사이버 감사를 실시하는 등 감시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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