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용품 회사인 독일의 아디다스는 지난 1993년 대표상품인 운동화 생산라인을 전부 중국·베트남으로 옮겼다.
자국 내에서 치솟는 인건비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의 하청업체 및 다른 독일 중소신발업체들도 아디다스를 따라 줄줄이 중국과 동남아로 나갔다. 독일에서 ‘굴뚝산업 신발제조업이 사실상 퇴출된 것이다.
그러나 올 1월 아디다스는 앞으로 중국의 위탁 생산량을 감소시키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중국공장이 최근 인건비가 만만치 않게 올랐을 뿐더러 생산성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계속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4일(현지시간)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사장은 내년 독일에서 신발 대량생산라인을 재가동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독일언론들은 24년 전 멸종 됐던 독일의 신발제조업이 로봇과 인터넷의 날개를 달고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아디다스가 수십년 간 생산거점으로 활용해온 아시아 지역을 떠나 본토로 돌아온 건 최근 치솟는 중국과 동남아의 인건비 상승을 계기로 그간 추진해왔던 로봇생산의 경쟁력이 충분히 향상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디다스는 작년말부터 독일 자동차 부품 및 의료기기 메이커들과 제휴, 본사가 있는 남부 바이에른주에 로봇을 이용해 운동화를 생산하는 일명 ‘스피드 팩토리를 설치하고 시험운용을 해왔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로봇에 인터넷을 연결해 24시간 풀가동된다. 생산라인에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 수리반에 통지가 가서 ‘타임로스(시간낭비)가 제로(0)에 가깝다. 스피드 팩토리는 단순히 생산관리만 하는 공장이 아니다.
마케팅집중 지역 소비자들의 관심사와 패션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디자인부서와 생산라인에 즉각 반영하는 진일보한 ‘스마트 팩토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예컨대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면 인기 스타선수들의 골세레모니 등을 반영해 신발이나 의류디자인에 실시간으로 반영할수 있다.
대량 생산뿐 아니라 특정 소비자 기호에 맞춘 ‘다품종 소량 생산까지 커버할수 있다는 얘기다.
작년엔 500켤레 정도의 소량생산을 반복하면서 테스트 했다. 하지만 시험생산 끝에 수백만 켤레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반년만에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기로 결정했다.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사장은 스피드 팩토리는 산업계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생산라인 이전에 따라 유럽과 미국 등 인접지역의 소비시장 가까이서 더욱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생산라인이 신설되면서 수백개 일자리도 다시 생겨날 전망이다.
24년 전 없어진 수천명 일자리와 비교해 수에서는 적지만 생산성과 임금이 훨씬 높은 고급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아디다스 측은 설명한다.
로봇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 등장으로 본토를 떠났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은 미국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디다스는 내년 디트로이트 지역에 독일과 같은 로봇생산라인을 갖춘 스마트팩토리를 만들고 신발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신발뿐 아니다. 지난해 8월 미국 포드는 멕시코에 있던 자사 F-650, F-750 트럭 생산공장을 오하이오와 미시간주로 옮기기로 했고, 중장비회사 캐터필러와 전자회사 GE는 각각 1900개 일자리를 미국으로 도로 가져왔다. 모두 자동화된 로봇공장들이다.
이처럼 스마트 팩토리 건설로 자본과 일자리 이탈이 가시화 되자 그간 싼 인건비에 의존해 노동집약형 산업을 키워오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국가 역시 로봇을 도입하지 않으면 산업을 빼앗기고 일자리도 사라지는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신발·의류 생산기지로 유명한 태국 산업용로봇 가동 대수는 2015년 2만7900대인데 2018년에는 4만1600대로 늘어나 3만대 전후인 프랑스나 스페인을 앞지를 전망이다.
중국 역시 지난 2012년 로봇 도입 대수가 2만2987대에 그쳤지만 지난해 7만대를 넘어섰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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