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백척간두에 놓인 조선업계 현장을 나란히 방문하며 민생 정책 경쟁을 펼쳤다. 이를 두고 시장논리·경제논리가 가장 엄격하게 적용돼야 할 분야인 구조조정에 정치권이 개입해 ‘정치 논리로 풀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포함한 더민주 지도부는 23일 구조조정 위기를 겪고 있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구조조정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 한정애·최운열·김정우 더민주 정책위 부의장 등이 동행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만난 자리에서 ‘소유주 책임론을 제기한 김 대표는 그동안 주장해온 ‘사회안전망 확보에 대해 야당으로서는 수단이 없어서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정부가 용의주도하게 설계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는데 있어 어떤 청사진을 제시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야당으로서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최운열 부의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보고를 들어보니 2018년 정도 되면 조선업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임금조정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해고를 최소화하는 상태에서 회사가 좋아지면 희생했던 부분을 보상받는 길을 노사가 협의하면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역시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당 원내지도부가 이날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했다.
정 원내대표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벼랑 끝 위기라고는 하지만 회사와 정부, 채권단과 근로자, 지역사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가능한 모든 노력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신속하게 (대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새누리당이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현장에 일은 있는데 (부정적인 전망 때문에)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주 가슴 뭉클한 말”이라며 타이밍 놓치지 말고 기술 인적 설비 투자 해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최고위원회를 개최한데 이어 지역 현안 간담회를 열고 지역 경제 민심을 청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 상임대표는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에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는다”면서도 구조조정은 적절한 전문가를 찾아 맡겨야 한다. 정부가 직접하거나 금융기관이 직접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직접 구조조정 이슈를 챙기면서 정치포퓰리즘 때문에 자칫 시장·경제 논리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 논의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상황과 똑같다. 한 해 전인 1996년 정치권이 기아자동차에 개입해 ‘국민기업이니 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인력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인데 정치권이 개입하면 사람 살리는 것만 우선시되고 국제경쟁력에 전혀 관심이 없어지면서 문제가 점점 커진다. 구조조정을 정치 논리로 풀면 결국 외환위기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연주 기자 / 정석환 기자 / 거제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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