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일부 점포의 매각 소식이 흘러나온 가운데 코스트코가 주도하는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마트가 코스트코에 임대해준 3개 점포를 자사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굳혔고, 이에 코스트코가 홈플러스 일부 매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가좌점, 김포점, 김해점, 동대문점, 북수원점 등 5개 점포를 일괄 매각하기로 하고 25일 본입찰을 진행한다. 이번 매각은 ‘매각 후 재임차(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예상이다. 점포를 매각하되, 다시 이를 임대해 홈플러스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매각 추정가격은 약 6000억원 안팎이다.
홈플러스는 이미 서울 영등포점, 금천점 등 점포를 이같은 방식으로 매각한 뒤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에는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의 ‘맹주인 코스트코와 ‘도전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다.
코스트코 양평, 대전, 대구점은 이마트가 소유하고 있지만, 코스트코가 매장을 임차해 운영중이다. 임차 계약기간은 2018년 5월 31일까지로 이마트는 임차 계약기간이 끝나는대로 코스트코의 기존 매장을 트레이더스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코스트코가 문을 닫아야 하는 매장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의 일부 매장을 인수하거나 임차해 운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미 홈플러스를 보유한 MBK파트너스와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이마트와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매장 인근에 점포를 물색하고 있다”며 이번 매각에 포함되진 않더라도 인수협상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국내 대형마트들은 연간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창고형 할인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2년 2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창고형 할인점 시장규모는 지난해 4조4000억원으로 53% 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코스트코는 지난해 약 3조2000억원대(업계 추정치)의 매출을 올리면서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현재 12개 점포를 운영중인 코스트코는 연간 10% 안팎의 매출증가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014년 양산과 수원점, 지난해 일산 킨텍스점의 문을 열면서 모두 1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올 9월에는 하남 스타필드점도 오픈을 준비하고있다. 트레이더스 또한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28.4%에 달할 정도로 고속성장중이다.
롯데도 자사의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으로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어 이 시장을 둘러싼 각축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매출이 지난해 3~4% 가량 증가하는 수준인 데 반해 창고형 할인점은 10%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창고형 할인점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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