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평택지역 한 시민사회단체가 삼성 평택 고덕산업단지 건설 현장에 지역 장비와 인력, 식자재만 사용하라”며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평택 지역 인력을 평택인력협의회를 통해 고용하고, 일용직 근로자의 연령제한을 65세까지 허용할 것, 자유롭게 현장 출입이 가능한 프리패스를 발급해줄 것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 단체는 2년 반 여 동안 39차례 집회신고를 냈고, 이 같은 방식으로 28차례 집회를 열었다. 과도한 지역이기주의란 비판이 거세지자 평택시는 시를 대변하는 단체도 아니고 대표성도 없다”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 단체는 조직폭력배 등이 주도해 만들었으며, 시민사회단체를 빙자해 각종 건설현장 이권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공사 현장에서 건설사 등을 공갈·협박해 35억 원 상당의 공사장 이권을 챙긴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평택 지역 시민사회단체 위원장 이모씨(47· 전직 조직폭력배)를 구속하고, 같은 단체 간부 김모씨(53·조직폭력배) 등 15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3년 10월 2개파 전·현직 조직폭력배 출신들을 주축으로 시민단체를 결성해 평택 지역 21개 건설 관련 단체 회원을 가입시켰다. 이후 원·하청 업체를 찾아다니며 겉으로는 평택 지역 인력, 장비 등을 사용하라”고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공사장 출입을 막고 미리 준비한 피켓과 깃발, 확성기를 동원해 우리한테 공사를 주지 않으면 이 공사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공사권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23일 고덕지구 토사운반공사 현장에서 A개발 대표 김모씨(57)가 60~70명을 동원한 이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15억 원 상당의 공사권을 빼앗기는 등 2013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7개 업체가 35억 원 상당의 공사장 이권을 빼앗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원청업체인 시공사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 두려워해 (하청업체에)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것을 요청했고, 하청업체는 기존 거래 업체를 내보내고 시민단체 소속 장비업체와 공사를 해야하는 강압적 거래를 지속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집행부는 회원 업체로부터 가입비 30만 원, 월회비 5만 원, 공사 매출금의 5% 수수료 등을 받아 챙겨 그간 수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입건된 집행부중 전·현직 조직폭력배는 6명에 달한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시민단체 간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고 가담 회원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먹잇감으로 삼은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는 경기도시공사와 평택시 등이 2008년부터 올 9월까지 평택 고덕면 일원 392만8000여㎡에 2조2277억여원을 투입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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