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기금 이어 증권사도 해외부동산 투자
입력 2016-05-15 17:46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이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 주목된다.
기업금융(IB) 시장 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인수·합병(M&A) 자문, 기업공개(IPO) 주선 등 기존 업무만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연기금·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해외 부동산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월 호주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인 밀리니움자산운용과 손잡고 인수한 호주 시드니 북서부 벨라비스타의 울워스(Woolworths) 본사 사옥 지분 약 900억원어치를 최근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에 전량 매각했다. 이번에 지분을 넘긴 부동산은 호주 최대 유통회사인 울워스가 2031년까지 책임 임차 중인 오피스 빌딩으로 연간 기대수익률은 6.5~7%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NH투자증권은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하나자산운용이 조성하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폴란드 중서부 포즈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약 1000억원에 매입했다. 연면적 13만㎡ 규모의 이 물류센터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15년간 장기 임차하고 있어 연간 7~8%의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두 증권사는 금융권 대출을 제외한 450억원 규모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증권업계 해외 부동산 투자의 선봉에 서 있다. 올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결성한 부동산펀드에 참여해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마존 물류센터(약 930억원), 호주 캔버라 루이사로손 빌딩(약 2070억원), 벨기에 브뤼셀 아스트로타워(약 2100억원) 등 해외 부동산 3개를 잇따라 사들였다. 계속된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퇴직연금 계정 적립금도 투자에 일부 활용했다.
키움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투자를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재매각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달 공제회와 보험사 등과 함께 미국 댈러스에 소재한 KPMG플라자 빌딩을 약 2500억원에 인수했다. 차별된 금융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대체투자에 주력 중인 하나금융투자도 NH투자증권과 앞서 인수한 아마존 물류센터 외에 추가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계열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삼성생명 100%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이 설정한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미국 시카고 BMO해리스은행 본사(약 3800억원)와 프랑스 파리 소웨스트타워(약 4000억원)를 사들였다. 삼성증권은 보유 중인 펀드 지분 일부를 이미 매각한 상태다.
이처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기존 IB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자기자본(PI)을 활용해 해외 부동산을 선매입한 뒤 투자 수요가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지분을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입지와 임차인의 신용도, 잔여 임대차 기간, 환율 등을 감안해 자산을 잘 골라내면 상당히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증권사 부동산투자 담당자는 "부동산은 임대 수익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주식과 채권 투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위험 대비 수익성 면에서 국내보단 해외 부동산의 매력이 높아 많은 연기금·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두순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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