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임시공휴일 특수는 없었다…울산·경남의 눈물
입력 2016-05-13 14:28 

울산에 사는 가정주모 김모 씨(45)는 매년 봄이면 백화점에서 가족이 입을 아웃도어 의류를 장만하곤 했지만 올해는 포기했다. 올 들어 남편이 다니는 현대중공업에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그려러니 했는 데 막상 희망퇴직이 시작되자 돈 쓰기가 더 망설여 진다. 더욱이 이달부터 휴일연장근로가 폐지되고, 평일 고정연장근무까지 없어지면 월급이 100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여 고민이 많다.
김씨는 회사가 반 강제로 연월차 휴가를 쓰게 하면서 연월차 수당도 크게 줄었다”며 조선 경기는 계속 나쁘다 하고, 앞으로 월급이 줄어들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쉽게 지갑을 열기 힘들다. 주변에서도 씀씀이를 줄여야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된 가운데 조선소가 밀집한 울산·경남지역의 소비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아직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이들 지역의 유통매장들은 지난 주 ‘임시공휴일 특수도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이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울산점과 동구점 등 2개 점포의 매출(4월1일~5월9일 기준)은 전년대비 -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이 3%대임을 감안하면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는 게 백화점측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울산점의 경우 아웃도어 품목의 부진이 눈에 띈다. 아웃도어는 점퍼 1벌당 가격이 50만~60만에 이를 정도로 비쌌지만 고소득 근로자들이 출퇴근용 일상복으로서 애용하면서 백화점 매출 신장을 이끈 효자 품목이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소비를 줄이면서 가장 먼저 아웃도어 품목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장 매출(2015년 기준)은 전년 대비 8%나 감소했다.
부산을 제외한 경남지역에서 점포 2곳을 운영하는 롯데백화점도 매출 증가율이 2.7%에 그쳤다. 전국 전체 점포의 매출증가율(3.5%)과 비교하면 미진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기간 중 전점기준 매출이 9.8% 늘었지만, 경남지역의 마산점은 1.1% 수준에 머물렀다.
이같은 흐름은 대형마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마트의 울산·경남지역 4월 매출은 전년대비 -0.8%를 기록했다. 이마트도 울산 학성점의 매출이 3.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울산점은 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마트 전점의 매출증가율이 4.5%임을 감안하면 평균 이하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이들 지역의 소비는 갈수록 축소폭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 매출에 큰 변화는 없지만 다음달부터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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