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홍종학법 희생양’ 중소기업의 기약없는 눈물
입력 2016-05-11 16:43 

11일 오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지하의 워커힐면세점. 불빛이 환하게 켜져있었지만 면세점 입구의 셔터는 내려져 있었다.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16일에 영업을 종료한다”고 적혀있지만, 사실상 이날 오전부터 폐점한 상태다. 이곳 저곳에 박스상자들이 널려있고, 면세점 직원들은 그동안 진열했던 상품들을 상자에 담으며 매장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침통하다.
매장 한 켠에서는 세관 직원들이 나와 면세품을 확인하고 있다. 입점업체들은 판매되지 않은 상품들을 일단 호텔 내에 마련한 창고에 넣어 보관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은 언제가 될지 모를 면세점 재오픈을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익명을 원한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지금껏 일해왔던 직원들을 최대한 다른 매장으로 돌리면서 고용을 유지하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크다”며 누구를 위한 면세점 제도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제도가 모든 걸 망쳤다”고 털어놨다.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특허심사에서 탈락하면서 24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5년마다 면세점 특허권을 재심사하는 일명 ‘홍종학법의 첫 희생양이 된 셈이다. 정부가 지난달 시내면세점을 추가허용하기로 밝히면서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면세점 특허권을 다시 얻는다 해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워커힐면세점은 이 기간 중 면세점 사업장을 빈 공간으로 남겨둘 방침이다.

피해자는 단순히 면세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워커힐면세점은 다른 면세점과 달리 국내 중소기업들의 입점 비중이 높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쿠쿠밥솥도 면세점 입점은 워커힐이 가장 먼저였다. 워커힐에서 좋은 실적을 내면서 롯데·신라 등 국내 주요 면세점에도 입점을 할 수 있던 경우다.
워커힐면세점 관계자는 워커힐면세점은 면세점 입점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다”며 지금도 중소기업들이 많이 들어와있는데 당장 매출에 충격이 불가피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아임쇼핑도 입점해있다. 중소기업 전용 판매장으로 워커힐면세점에만 47개 중소기업들이 상품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홍종학법의 유탄을 피하지 못했다. 워커힐면세점에서 만난 아임쇼핑 직원은 상품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중소기업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공간이었다”며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후 매출이 계속해서 늘어났는데, 이렇게 폐점을 하게 되서 정말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워커힐면세점 직원은 대략 900명으로 이 가운데 700명은 각 입점업체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다. 대형 업체 직원들은 다른 매장으로 옮기는 등 고용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들 가운데 대략 40% 정도는 아예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된다.
워커힐면세점 관계자는 직원들, 입점업체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면세점의 문을 닫는 것 이상의 여파가 있다”며 우선 시내면세점 추가특허심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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