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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진언 "어설퍼도 그게 지금의 나"
입력 2016-05-11 07:1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곽진언(25)의 노래에는 여백이 들어차 있다. 그래서 귀에 쉽게 스며들지만, 울림은 깊다. 억지로 채우지 않은 멜로디 속에는 진한 여운마저 감돈다. '슈퍼스타K6' 우승을 차지했던 곽진언은 묵직한 저음으로 쓸쓸한 감성을 읊는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처음 앨범 작업해서 데뷔할 때까지 기간이 길어졌네요. 곡을 몇 번이나 갈아엎기도 했고, 녹음하는 방법도 배웠죠." 곽진언의 데뷔 앨범과 타이틀곡 이름은 '나랑 갈래'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묵묵히 길을 따라가는 듯한 노래들이 곽진언과 닮았다.
"처음부터 혼자 작업하려고 했어요. 모든 책임을 저 혼자 질 수 있으니까요. 기존 곡들을 편곡하는 게 어려웠죠. 버릇처럼 해오던 큰 틀을 못 바꾸겠더라고요. 단조로워진 느낌이 있지만, 그것 또한 제 모습이죠."
곽진언은 2014년 엠넷 '슈퍼스타K6'에서 우승했다. 날카로운 음색을 자랑했던 김필과 마지막까지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결국 곽진언이 우승자가 됐지만, 우정은 똑같이 나눠가졌다.
"(김)필이 형이 먼저 활동한다고 해서 조바심을 느끼진 않았어요. 친구니까요. 활동 기간이 겹치지 않아서 형이나 저나 서로에게 고마워해야 하나요? 우애 있어 보이네요. 하하. 항상 힘을 주는 형이에요."
경연이 끝난 뒤 1년 5개월 만에 활동에 나서는 곽진언은 싱글 앨범보단 곡을 가득 채운 정규 앨범으로 데뷔했다.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앞세우지 않았다. 소속사에서는 곽진언의 손에서 노래가 탄생하는 것을 기다려줬다.
"단발성으로 싱글 앨범을 내는 것보단 응축된 결과물을 내놓고 싶었죠. '슈스케'가 끝나자마자 노래를 내놓으면 '슈스케'의 곽진언의 삶이 연장될 것 같았어요. 정규 앨범을 내면 듣는 분들이 '곽진언은 길게 보고 천천히 가는구나'라고 생각하실 듯했습니다. 오래 노래하고 싶어요."
1년 넘게 작업에 매달린 곽진언은 욕심이 많다. 그는 "'슈스케' 경연에서는 긴장한 상태에서 앞으로 쳐나갔던 반면, 앨범을 만들 때는 나를 한없이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첫 앨범인 만큼 '곽진언'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제 곡이 가장 제 곡다워질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했죠. 여러 시도도 해서 오래 걸린 거죠. 욕심도 많았고, 해보고 싶었던 것도 많았어요. 혼자 끙끙 앓는 시간의 연속이었던 거죠. 한순간도 노래를 놓지 않고 작업했습니다."
곽진언은 '슈퍼스타K6' 경연 때보다 체중이 빠져 보였다. 계속되는 작업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지만, 작업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4kg이 줄었다. 그는 쑥스러운듯 "밥 안 먹어도 배불러서 그랬던 듯하다"며 웃었다. 타이틀곡 '나랑 갈래'에 대한 감정도 각별했다.
"'나랑 갈래'는 첫 자작곡이에요. 제일 아끼는 곡이죠. 지금까지 했던 모든 공연에서 불렀을 만큼요. 무대에서 선보이는 과정에서 점점 곡이 슬퍼졌죠. 결국 제가 지금 '나랑 갈래'를 어떻게 부르느냐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곡의 생각대로, 지금 부르고 싶은 데로 그대로 받아냈습니다."
곽진언의 음악을 관통하는 것은 '쓸쓸함'이다. 너무 깊게 슬프지도, 너무 밝지도 않은 위치에 있는 감정을 그만의 방법으로 풀어냈다. 이적, 김동률, 존박 등 그의 소속사 식구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쓸쓸한 음악을 좋아해요. 곡을 쓸 때도 마찬가지죠. 듣는 것은 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하는 음악은 일괄적이려고 하지만, 여러 음악에서 배우려고 하죠. 존박 형 등 소속사 식구들이 작업할 때 힘을 가득 넣어줬어요."
곽진언이 지난해 10월 '슈퍼스타K6' 우승 상금 중 2억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것이 지난 9일 뒤늦게 알려졌다. 강원도 양양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권유로 기부를 결심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 당시에도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우승한 뒤에도 가족들이 원래 저를 대하던 것처럼 해요. 그게 참 좋아요.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에도 '수고했다' 정도만 말하죠. 어머니가 힘을 많이 주세요. '너가 쓴 곡들은 네 새끼들이다. 내게는 손자니까 내 손자들 소중하게 잘 해다오'라고 하시죠. 낯뜨거운 듯하지만, 최고의 응원입니다."
음악과 긴 시간 씨름한 곽진언은 자신의 앨범에 대해 "그동안 인이 박여서 그런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듣지 못하고 있다. 실수투성이지만, 귀엽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성공보다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제 노래들이 어떻게 들려질지 잘 모르겠어요. 풋풋한 첫 앨범이 됐으면 하죠. '슈스케' 우승자라는 시선이 부담되긴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어요. 온전히 제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합니다. 어설퍼도 그게 지금의 나이니까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가수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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