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연금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에 옐로카드
입력 2016-05-10 17:37  | 수정 2016-05-10 20:11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새롭게 소위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근 배당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투자기업에 대한 배당 확대 요구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까지 진행된 12월 결산법인의 정기주주총회에서 '과소배당'을 이유로 21개 기업의 재무제표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해 17개 기업에 비해 4개사가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실적이 양호한데도 배당에 소극적인 기업 명단을 작성해 해당 기업에 개별 통보하고, 이후 1년간 배당성향에 변화가 없으면 내년 초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명단 공개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차적으로 2년 연속 저배당 판정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 지난달 경고 의사를 전달했다. 2년 연속 반대표를 던진 상장사는 광주신세계 CJ E&M 롯데푸드 씨젠 조선선재 컴투스 코라오홀딩스 태광 한국알콜산업 현대그린푸드 등 10개사다. 이 가운데 첫 배당을 결정한 CJ E&M 태광은 물론 지난해 대비 배당을 늘린 롯데푸드 코라오홀딩스 등도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정을 내렸다.
국민연금은 이들과 함께 올해 첫 저배당 기업으로 선정된 11개 기업 중 자체 심사를 통해 다음달 말까지 추가로 경고장을 발송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은 국민연금이 투자한 회사들 중 배당실적이 하위 7% 이하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첫 블랙리스트 후보군에 올라간 기업들의 배당성향을 보면 남양유업 3.2%, 동일고무벨트 3.7%, 네오위즈홀딩스 5.9% 등으로 국내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인 17%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분석해보면 단순히 배당성향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앤지(22.4%) 에스에프씨(31%) 에이디테크놀로지(37.4%) 등은 지난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는데도 국민연금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들 기업은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가배당률은 실제 주식을 매입했을 때 배당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보통주 평균 시가배당률은 1.74%로 최근 5년간 처음으로 1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1.698%)을 넘어섰다. 하지만 민앤지와 에스에프씨의 시가배당률은 각각 1.1%와 0.8%로 평균에 못 미쳤다.
국민연금은 배당 확대 요구가 '기업 옥죄기'로 비치는 것을 염려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기업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저배당 기업 리스트는 배당성향을 포함해 건전성 기준인 부채비율,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향후 투자계획 등 정성적 평가도 반영하는 만큼 저배당 기업군 전체를 곧바로 경고 대상에 올리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행동이 결국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대모비스는 작년 배당성향 8.4%로 과소배당 판정을 받았지만 올해 배당성향을 19.3%까지 늘리며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또 신흥기계는 배당성향만 무려 50.6%를 기록해 작년과 달리 올해 주총에선 동의를 얻었다.
또 정부가 민간 기업들의 배당을 높이기 위해 정부 출자 기관들의 배당성향을 2020년까지 40%로 상향하기로 발표한 것도 향후 국민연금 판단에 중요 참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자 기관들의 배당성향은 올해 28%를 시작으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각각 31%, 34%, 37%, 40%로 점점 높여나갈 계획이다.
[전정홍 기자 /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