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권 `기업구조조정 실탄` 확보 올인
입력 2016-05-10 17:35  | 수정 2016-05-10 20:21
은행들이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자본을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코코본드란 은행이 유사시 '부실 금융회사'로 분류되면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을 붙여 발행하는 자본증권이다. 일종의 후순위 채권으로 일반채권과 자본금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의 7000억원 규모 코코본드 발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이 3000억원, KEB하나은행이 2000억원 규모 코코본드 발행을 앞두고 있다. 또 IBK기업은행은 올해 안에 6000억원 규모 코코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코코본드는 조건만 만족되면 원금이 상각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일반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발행이 쉽다. 주가에도 부담이 없어 은행들이 선호한다. 은행이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 도입에 따라 2019년까지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총자기자본비율을 11.5% 이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나 은행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준다.
국내 대부분 시중은행은 BIS 비율 11.5%를 만족시켰다. 하지만 2004년 발표된 바젤Ⅱ에 맞춰 발행된 기존 코코본드가 매년 10%씩 은행의 자본인정 한도에서 빠지고 있어 은행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코본드 발행을 앞두고 있는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 BIS 비율이 15.0%, 하나은행은 15.3%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BIS 비율은 2015년 말 기준 14.2%, 기업은행은 12.51% 정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후순위 채권에 대한 자본인정액이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기본자본(보통주·신종자본증권 등) 비율과 보완자본(후순위 채권 등) 비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코코본드 발행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선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은행들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여신 건전성을 재분류하면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잉여금을 줄이고 BIS 비율 하락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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