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사진)를 포함한 300명 넘는 경제학자들이 조세회피 근절을 촉구하는 서한에 일제히 서명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토마 피케티 파리 고등사회과학원(EHESS) 교수를 비롯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기업가형 국가의 저자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서식스대 경제학 교수 등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반부패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구호기관 옥스팜이 주도해 준비한 서한에서 이들은 조세회피처가 그 어떤 경제적 목적도 수행하지 않고 전세계 부의 축적에도 기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또 경제학자로서 우리는 바람직한 조세 수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도 조세회피처들이 페이퍼 컴퍼니가 자산을 숨기도록 돕고, 현지에서 실제 사업을 하지도 않는 기업들이 이익을 가져가도록 하면서 세계 경제를 왜곡하고 있다는데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위트니스와 옥스팜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85%는 역외 기업들이 실제 소유주를 밝혀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국제 NGO인 조세공정네트워크에 따르면 전 세계 부유층이 조세회피처에 은닉한 미신고 자산은 24조~35조달러(4경608조원·2014년 기준)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해 미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22조달러보다 많다. 지난 2010년 21조~32조달러로 추산되던 것에 비해 더 늘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조세회피처로 자금을 빼돌리는 등 각종 절세를 통해 각국 정부에 들어오는 세수가 매년 1000억~2400억달러씩 줄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법인세의 4~10%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글로벌위트니스의 로버트 팔머 정책 애널리스트는 조세회피처로 흘러들어간 돈의 일부는 해외 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교육이나 인프라 건설에 쓰여야 했을 돈”이라면서 조세 회피는 부유층의 부를 늘릴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발전도 저해한다”고 말했다.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