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5월의 ‘꼭!’ 공연]창작극의 자존심, 뮤지컬 ‘파리넬리’
입력 2016-05-10 14:2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거세는 명백한 불법이었으나, 교황청과 나폴리 왕국은 ‘신의 영광을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카스트라토를 공인해줬다.
여성이 교회와 무대에서 노래할 수 없었던 이 시절, 변성기가 오기 전 거세를 통해 미성을 간직한 카스트라토는 ‘천상의 목소리로 떠받들어지는 슈퍼스타였다. 대중들이 열광하자, 각 성당과 오페라 극장은 경쟁적으로 카스트라토를 영입했고 사망률이 높은 거세 수술은 삽시간에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가혹한 운명의 짐을 지고 태어난 아이, 카스트라토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로 칭송 받았던 ‘파리넬리의 이야기다.
지난해 ‘올해의 창작 뮤지컬상 등 3관왕을 휩쓴 뮤지컬 ‘파리넬리가 한층 높아진 완성미를 자랑하며 팬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보강되면서 극의 흡인력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은 ‘파리넬리가 말하고자 한 ‘사랑을 통한 구원이란 메시지에 조금씩 더 다가가게 된다. 이 과정은 처절하면서도 애틋하고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게 그려진다.
또한 역사 속 인물인 파리넬리와는 달리 그의 구원자로 새롭게 그려진 허구의 인물 안젤로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안젤로는 파리넬리에게 치유와 용서, 사랑 그리고 구원을 의미한다. 파리넬리가 냉혹한 진실 속에서도 망가지지 않고 스스로 구원을 갖도록 하게 하는 결정적 인물이다.
평소 여성스러운 음색으로 아름다운 메아리를 들려줬던 배우 박소연은 이번 작품에서 원캐스트로 분해 남장여자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깊어진 연기력과 청량한 목소리가 신선함을 안겨준다.
이번 작품의 핵심인 파리넬리 역에는 루이스 초이와 이주광이 더블 캐스팅돼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파리넬리에 완벽하게 일치되는 루이스 초이와는 달리, 이주광은 기존의 선입견을 파괴하는 반전의 묘미를 선보인다. 시각에 따라 참신 할 수도, 과할 수도 있다.
‘파리넬리는 막이 오르는 동시에 무서운 흡입력을 자랑한다. 파리넬리의 탄생을 알리는 어린 소년의 거세 장면으로 시작해 공연 내내 오페라의 풍성한 화음으로 귀 또한 매료시킨다. 5명의 주조연 배우들은 누구 하나 처지지 않고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치는 감정선과 고난이도 넘버들이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와 웅장한 음악, 폭풍 전개가 여느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도 밀리지 않는다. 웰메이드 창작극의 표본다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공연계 수많은 작품 속에서도 놓치면 반드시 후회할 수작 중 한 편이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오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kiki2022@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