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우조선 정상 분류 대출…우리銀 `요주의` 강등 검토
입력 2016-05-09 17:53  | 수정 2016-05-10 09:35
'대우조선해양 대출을 정상으로 취급해야 할까, 아니면 요주의 등급으로 낮춰야 할까.'
우리은행 등 채권은행 일각에서 현재 '정상'으로 분류된 대우조선해양 여신에 대한 자산건전성 등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조선 업계 전반의 수주 부진과 함께 선박 인도 지연 우려까지 겹치자 채권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지급 여력에 대한 평가를 현실화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선 업황 회복을 전제로 대대적인 유동성 지원 계획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금융권의 선제적 손실 반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9일 "대우조선해양 자산건전성 분류를 현행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정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한 시중은행은 지난달 올해 1분기 실적을 산정하면서 일부 조선·해운사의 자산건전성 재분류로 대우조선해양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춘 바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채권은행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겠지만 주채권은행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일단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산건전성 분류는 은행감독규정에 따른 대출의 건전성 분류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4년째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은 부실 채권에 속하는 '고정' 등급 판정을 받은 상태다. 정상 여신이 요주의나 고정, 회수의문 등 낮은 등급으로 떨어지면 은행은 7~100% 충당금을 쌓아 손실을 미리 반영해야 한다.
한마디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 건전성 재분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산업은행과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게 채권단 내부 속사정인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자산건전성 재분류로 수주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상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에도 은행들은 STX조선해양 부실 여신을 '고정'으로 분류하려고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행정지도를 나온 바 있다"며 "하지만 뒤늦게 문제가 생기면 손해는 고스란히 은행과 고객들 몫"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나눈 이자보상배율 역시 3년 연속 1 미만을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반영된 데 이어 최근 안진회계법인이 2013년과 2014년 부실을 추가로 반영하면서 1년 연속 적자에서 3년 연속 적자로 재무제표가 수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7월까지 진행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의 세부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이거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기업, 완전자본잠식 기업은 신용위험평가 대상이 된다.
[박준형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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