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사 공시부담 30% 줄어
입력 2016-05-08 18:10 
코스닥 상장 기업에서 재무를 담당하는 박 모씨는 분기 말이 다가오면 두렵다. 분기·반기 단위로 공시해야 하는 정기보고서 작성 부담 때문이다. 분기마다 크게 달라질 것 없는 내용까지 일일이 공시해야 하다 보니 며칠을 야근하기 일쑤다.
하반기부터 상장 기업들이 제출하는 반기·분기 보고서 공시 부담이 30% 줄어든다.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때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는 투자설명서도 10쪽 내외 핵심투자설명서로 대체된다. 기존 투자설명서는 분량이 300쪽이나 돼 작성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나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기업 담당자들의 불만이 컸다.
8일 금융위는 △상장기업들의 정기보고서(반기·분기) 공시 항목 축소 △주식·채권 발행 핵심투자설명서 도입 △공시 우수법인 상장수수료 면제 △회계 지정감사 도입 기업 부담 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장기업 공시 및 회계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기업들이 공시해야 할 정기보고서 항목이 기존 113개에서 34개(30%) 줄어 79개로 대폭 간소화된다. 자본금 변동, 배당사항, 주요 투자계획, 대손충당금 설정 현황, 재고자산 현황, 소액주주 현황, 직원 현황 등 연중 바뀌는 내용이 거의 없거나 다른 공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 사항은 사업보고서에서만 기재하고 반기·분기보고서엔 기재를 생략할 수 있다. 이달 중 증권발행공시 규정과 기업공시서식이 개정되면 오는 8월 반기보고서 제출 때부터 공시 항목 간소화가 처음 적용된다.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때 금융위에 제출하는 투자설명서도 기재 내용이 대폭 간소화된다. 10쪽 내외 핵심투자설명서를 도입해 발행 조건, 요약재무제표, 투자위험 및 기업 주요 이슈 등 항목만 담도록 했다. 기존 투자설명서는 평균 300쪽 분량으로 방대해 전체 내용을 읽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업도 인쇄와 발송 비용으로 매년 1억원 이상이 소요돼 부담이었다.
금융위는 핵심투자설명서를 활용하면 비용이나 업무 부담이 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올해 4분기 또는 내년부터 핵심투자설명서 활용이 가능해진다.
공시 우수법인에 대해서는 추가상장이나 재상장을 하면 상장수수료를 1년간 면제해준다. 상장금액이 2조원 이상이면 최대 8000만원까지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를 면제해준다는 것이다. 불성실공시법인에 대한 불이익은 명확한 반면 우수법인에 대한 인센티브는 미미하다는 업계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회계 부문에서는 회사의 귀책이 아닌 사유로 지정감사를 불가피하게 받아야 할 경우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주기로 했다. 현재 상장 예정 기업은 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돼 있는데 자유 선임 시에 비해 감사보수가 평균 3배가량 높다. 앞으로는 증선위가 복수 감사인을 지정해주고 회사가 감사인과 협상을 통해 수임료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인 지정 대상도 줄어든다. 앞으로는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지정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또 기업 부실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주식 거래량 부진, 주가·시가총액 미달 등의 경우 지정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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