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으로 일하며 전세계 원유가격을 좌지우지했던 알리 이브라임 알나이미(81)이 전격 교체됐다. 외신들은 이번 석유장관 교체가 사우디 왕가의 석유시장 장악력 강화와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사우디 경제 체질개선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살만 사우디 국왕이 알나이미 석유장관을 교체하는 것을 포함해 경제부처 개각을 단행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나이미 장관은 지난 95년부터 석유장관을 맡아 사우디뿐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 정책을 쥐락펴락한 인물이다. 알나이미 석유장관 교체와 함께 석유부 명칭도 에너지·산업광물부로 개명, 석유뿐 아니라 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하도록 확대했다. 신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에는 보건장관 겸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을 맡아온 칼리드 알팔리(56)가 임명됐다. 80대 석유장관이 50대로 급격하게 세대 교체된 셈이다.
알나이미 장관 교체는 30대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가 직접 사우디 석유산업 재편작업에 나서면서 어느정도 예견됐다는게 시장의 분석이다. 알사우드 부왕세자는 지난달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되고 있던 산유국간 생산량 동결 합의를 전화 한통으로 깬 바 있다. 당시 회의에 참석중이던 알나이미 장관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본국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그간 사우디 석유장관은 요직이지만 알나이미 전 장관처럼 알사우드 왕가 혈통과 관계없는 전문 관료가 맡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선임된 알팔리 신임 장관은 왕족 일가로 외신들은 장관 교체로 원유에 대한 왕가 장악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알사우드 왕세자는 지난달 사우디의 석유의존형 경제체제 탈피 전략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 경제 분야 개각과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빌 패런 프라이스 페트롤리엄폴리시인텔리전스 대표는 사우디가 정책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다”며 석유산업을 더이상 성장산업으로 보지 않고 변화에 나설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우디 중앙은행 총재와 무역·투자부, 교통부 장관도 교체됐다. 지난해 메카 대사원 크레인 붕괴와 성지순례 압사 참사 수습이 마무리됨에 따라 성지순례부 장관도 바뀌었다. 수자원·전력부는 전력 부문을 신설 에너지·산업광물부로 이관하고 수자원·환경농업부로 개편됐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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