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화당에 트럼프는 악의축` 적전분열에 제3후보론까지
입력 2016-05-08 17:31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이 기정사실화됐지만 공화당 내외부에서 또다시 ‘제 3후보 추대론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여전히 공화당 내부에서 도저히 트럼프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화당내 반(反)트럼프 세력은 ‘제3후보론을 내세우며 물밑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속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강경 보수주의자로 통하는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이 지난 5일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만나 제3후보를 내는 방안을 논의했다. 크리스톨은 롬니 전 주지사에게 출마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롬니 전 주지사는 지난 3월초 유타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는 가짜이고 사기꾼”이라며 반트럼프 운동 중심에 선 바 있다. 롬니 전 주지사외에도 벤 새스 네브래스카 상원의원, 존 켈리 전 해군 장성, 게리 존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그리고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랜드 폴 켄터키 상원의원 등이 제3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때 마르코 루비오를 지지하고 트럼프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공화당 대선 대체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하지만 제3후보 추대 움직임이 반트럼프 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3후보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전당대회 규정을 변경해 공화당 내에서 제3후보를 내는 것과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 그리고 새로운 보수정당을 창당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미 경선이 막바지에 도달한 상황에서 규정을 변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당규의 상위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소속 출마는 가능하지만 대통령 선거인단을 확보하려면 50개 주에 후보등록을 하고 일정 인원이상의 추천을 받아 전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다소 늦었다는 진단이다. 신당 창당 또한 기존 공화당 조직을 버리고 새로 합류할 의원과 당원들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기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처럼 공화당이 실질적으로 제3의 후보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화당내 반트럼프 분위기가 연일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아직은 트럼프를 지지할 준비가 안됐다”고 밝힌 데 이어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트럼프는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아니며 대통령을 향한 강력한 의지와 힘을 보여주지도 못했다”며 이번 대선에서 힐러리를 찍지는 않겠지만 트럼프도 찍지 않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젭 부시 부친과 형인 부시 전 대통령 부자도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할 예정인 공화당 전당대회에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트럼프에게 투표할 생각이 없으며 전당대회도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각한 내분에 직면한 공화당 수습을 위해 라이언 하원의장과 트럼프가 오는 12일 전격 회동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극적이 타협을 이루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재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제3후보론 ‘트럼프 반대선언 등이 속출하는 것은 트럼프의 막말과 기회주의적인 행태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것외에 트럼프의 중구난방 노선이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철학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공화당 주류 진영에서는 트럼프 본선 경쟁력도 경쟁력이지만 보수 가치가 무너지면 공화당 존재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에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가 2016년 대선을 포기하더라도 보수주의 이념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별 의원들은 공화당 노선과 배치되는 트럼프의 공약 때문에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 때문에 상원과 하원 다수의석을 민주당에 내준다면 공화당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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