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회 임기가 시작될 때마다 제기되는 ‘국회의원 세비 감축이 20대 국회에서도 말의 성찬에 그칠 전망이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20대 국회 당선자 1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비 감축에 반대하는 당선자가 73명(55.3%)으로 찬성(46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 개원 전부터 일부 당선자들이 ‘국민을 위한 국회를 주장하며 30% 감축 등 파격적인 세비 줄이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속내는 다른 셈이다.
초선 의원들마저 세비 감축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렸다. 초선 의원 76명 중 40명은 명시적으로 세비 감축에 반대했고 조건부 반대를 답한 4명까지 포함하면 44명이다. 반면 세비감축에 대해 찬성한 당선자는 21명이었고 ‘대통령, 장·차관의 연봉과 함께 감축, ‘정치자금 양성화 제도 개선, ‘세비 감축대신 소외계층에 기부 등 조건부 찬성 4명을 포함해도 25명에 그쳤다. 재선 이상인 중 세비 감축에 반대한 당선자는 28명이었고 찬성은 21명이었다.
세비 감축을 반대한 사유도 각양각색이었다. 새누리당 소속 초선 의원은 후원금이 부족할 경우 세비로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고, 국민의당 초선 의원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국회의원 세비가 타직종과의 형평성, 물가상승률, 품위유지 등을 감안했을 때 과하지 않은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한 명에게 지급될 세비는 연간 6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국회의원 월평균 급여는 일반 수당, 입법활동비 등을 포함해 1150만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1억3796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보좌진 9명의 급여로 소요되는 3억7000여만원을 빼더라도 의원실 운영·출장비·정책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국회의원에게 지원되는 각종 의정활동 경비만 2억원에 달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개원 초기 부터 ‘국회의원 수당 개정안이 발의돼 지금까지 15건이 제출됐지만 세비 삭감과 관련된 법안은 단 한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안들은 오는 29일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국회의원 세비는 지난 2012년에 인상된 이후 4년째 동결됐지만 19대 국회에서 세비가 삭감된 적은 없다. 오히려 지난해 11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공무원 인건비 3% 인상안에 국회의원 세비를 끼워넣으려다가 들통나 여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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