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문정치'에 '막말'까지…필리핀 선거 선진화는 여전히 '암흑'
입력 2016-05-08 15:06 
필리핀 선거/AP=연합뉴스
'가문정치'에 '막말'까지…필리핀 선거 선진화는 여전히 '암흑'



'가문정치'가 좌지우지하는 필리핀의 정치판에 '막말'을 일삼는 유력 대선주자까지 가세했습니다.

유력 정치가문의 후보자들이 '과거사'에 아랑곳없이 선거 때마다 출마해 자리를 꿰차는 일도 어김없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몰아낸 '피플파워'(민중의 힘) 혁명 30주년을 맞은 필리핀에서 9일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3대 선거가 동시에 실시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지만 정치 선진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자는 대권에 도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과 부통령 자리를 노리는 마르코스 주니어(58) 상원의원입니다.


두테르테 시장은 대선 초기만 해도 군소 후보에 불과했다. 그러나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범죄에 찌든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했고 여론조사 지지율 1위로 이어졌습니다.

유력 정치가문의 일원도 아니고 기성 정치권과도 거리가 있는 두테르테 시장은 여성 비하와 욕설 등 잇단 막말로 '필리핀판 트럼프'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며 '혁명 정부' 구상까지 밝힌 그에 대해 에르미니오 콜로마 대통령궁 대변인은 '현대판 폭군'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권력 2인자' 자리를 넘보는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은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독재시절 인권 유린에 대해 사과를 거부합니다.

그는 아버지 시절이 지금보다 나은 황금기였다며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자고 주장합니다. 부통령직을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긴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86) 하원의원과 딸 이미(60) 일로코스 노르테 주지사는 모두 3연임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는 마르코스 가문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재임 중 비리 전력이 있는 조지프 에스트라다(80) 전 대통령은 마닐라 시장 재선에, 글로리아 아로요(69) 전 대통령은 하원의원 3연임을 각각 노리고 있습니다.

1998년 대권을 잡은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그의 부정에 반발하는 시민운동으로 중도 퇴진했습니다. 2007년 9월 부정부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후임 아로요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습니다.

아로요 전 대통령은 2001∼2010년 재임 때 비리와 부정선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2010년 자신의 고향인 마닐라 북부 팜팡가주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필리핀 최악의 정치테러 사건의 주범 가운데 한명인 사지드 암파투안(33)은 자신의 고향인 남부 마긴다나오 주 샤리프 아구악에서 시장에 출마했습니다.

2009년 마긴다나오 주지사였던 그의 아버지와 가족들, 지지자들은 당시 주지사 선거 후보등록을 하러 가던 상대 후보자의 부인과 여동생, 취재기자 32명 등 총 58명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했습니다.

암파투안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뒤 "나는 죄가 없다"며 선거에 나섰습니다. 암파투안 일가는 남부의 토착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방마다 있는 유력 가문들이 막대한 재산을 토대로 금권 선거운동을 벌이며 정치력을 행사하고 다시 부를 키우는 고질병이 여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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