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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남의 쾌투…박주현 “미안하긴요, 괜찮아요”
입력 2016-05-08 06:01 
박주현은 지난 7일 고척 KIA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타선이 뒤늦게 결승 득점을 올리며 시즌 3승은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그의 쾌투는 퍽 인상적이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박주현(넥센)은 영웅군단의 ‘쾌남이다. 짧은 답변에도 스무 살답게 패기가 넘치면서도 여유가 묻어난다. 늘 웃는 얼굴이다. 그 미소는 한 끗 차이로 개인 3승을 놓쳤던 지난 7일 경기가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박주현은 신재영과 함께 넥센이 내놓은 신상품 중 개막 한 달간 가장 인기가 많다. 지난해 입단해 2군에서 경험을 쌓은 뒤 올해 1군에 데뷔했다.
아직은 앳된 얼굴이다. 그리고 생소한 게 많은 프로 세계다. 그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고 있다. 6경기 2승 평균자책점 3.48로 매우 준수한 성적표다. 무엇보다 그의 피칭은 시원하다. 막힘없이 뻥 뚫는 사이다 같다. 넥센 선수단을 웃게 만드는 ‘해피 바이러스다.
선발투수로 첫 걸음을 뗀 뒤 ‘아장아장 잘 걸어가고 있다. 이달에 발간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공식 매거진 ‘더 베이스볼 5월호 표지모델(신재영과 함께)이 되기도 했다. KBO리그의 얼굴로 폭풍 성장한 셈이다.
취재진과 만나면 딱딱해지며 말수가 급격히 짧아지나, 본래 쾌활한 성격이다. 동갑내기 김택형과 스스럼없이 장난도 친다(그걸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1군 경기에 계속 나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기 때문에.
넥센은 지난 7일 KIA에 4-3 승리를 거뒀다. 7회 3루 주자 서건창이 양현종의 폭투를 틈타 결승 득점을 올렸다. 3-3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박주현은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이보근의 시즌 2승째.
박주현은 3회 사구 이후 잠시 흔들리고 5회 ‘천적 김주찬에게 홈런을 맞을 걸 제외하면 매우 인상적인 피칭(6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3실점)을 했다. 이번에도 쾌투였다. 염경엽 감독은 훌륭했다”라고 호평했다.
박주현은 최고 구속 147km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빠르고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6이닝 동안 투구수는 86개로 관리가 효율적이다. 볼넷도 3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나지완에게 내준 게 유일했다. 선발 맞대결을 펼친 양현종과 견줘 전혀 밀리지 않았다.

박주현 등판 시 넥센 타선은 유난히 폭발했다. 지난 1일 고척 SK전까지 5경기에서 42점(8.4득점)을 뽑았다. 최소 6득점은 보장했다. 6일 경기까지 넥센의 평균 득점은 5.3점으로 3점 이상 많았다.
그런데 넥센은 박주현의 6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가장 적은 4점을 지원했다. 4번째 득점도 박주현이 마운드에 없을 때였다. 이에 주장 서건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주현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서건창은 막내가 오늘 정말 잘 던졌는데 (승리를)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앞서 박주현이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하고도 놓친 게 몇 번 더 있었다.
하지만 박주현은 아쉽지 않다는 표정이다. 그는 그 동안 자신의 활약상과 관련해 ‘형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운이 좋았으며, 야수 및 불펜이 도와줬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때문에 풀이 죽을 이유도 없다.
그날 밤에도 장난기는 여전하다. 박주현은 (오늘 개인 3승을 못해도)괜찮다.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기쁘기만 하다”라고 웃었다. 내용부터 결과까지 아쉬울 게 전혀 없었다면서. 기분은 아주 기뻤다. 평소처럼 참 ‘쿨 했다.
쾌남의 쾌투였다. 그리고 쾌투 이후에도 쾌남이었다. 뭐가 됐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직은 모든 게 좋고 긍정적이기만 하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하다. 그가 공이 아닌 희망과 미래를 던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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