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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오른 국토부의 허술한 도정법 개정
입력 2016-05-06 17:10  | 수정 2016-05-06 19:56
국토교통부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고도 허술한 규정을 넣는 바람에 서울시 조례에 막혀 정책 취지를 살리지 못하자 업계에서 국토부와 서울시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서울시 조례도 문제지만 빌미를 제공한 국토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6일 주택 업계에 따르면 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는 최근 서울시에 '주택정비사업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에 대한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초 건설사 등에 조합과 건설사가 정비사업을 공동 시행하는 경우 '건축 심의 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조례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후'로 규정했다. 조합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후에서 건축 심의 후로 앞당긴다는 의미인 셈이다.
언뜻 보기에는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규정을 바꾼 듯 보이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3월 2일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 시행하는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에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했다. 정비사업 초기부터 시공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조합의 초기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문제는 국토부가 법 개정 작업을 하면서 정비사업 단계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건축 심의'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추진위원회 설립-조합 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등 정기사업 단계만 고려하고 조합인가 후 사업시행인가 전에 지자체 건축 심의가 있다는 걸 깜박한 것이다. 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개정 도정법 빈틈을 파고들어 건축 심의 후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해버렸다"며 "이는 사업시행인가 후에 선정하는 경우보다 2~3개월 빠를 뿐"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굳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몇 달 먼저 사업에 참여하려고 나서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국토부의 안이한 법 개정에 업계의 비판이 쏠리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정법 개정 취지가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당긴 것"이라며 "서울시가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정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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