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봄비와 황사가 함께 찾아온 평양에서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대관식 격인 제7차 노동당대회를 시작했다.
북한은 36년만의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같은 반열로 높여 3대 세습통치의 완성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 첫날에는 지난해 10월 당창건 70주년 기념 행사때와 달리 김 제1비서의 개회사를 포함한 행사내용을 생중계하지 않았다. 대신 노동신문·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를 통해 김 제1비서 찬양 서사시와 특집물을 보도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우상화에 주력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당대회 최대 목적은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김 제1비서를 최대한 띄우고 핵무력 강국이 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며 (미국에) 평화협정을 받으라는 요구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앙TV는 이날 오전부터 ‘당대회와 더불어 빛나는 연대기들-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에 즈음하여 등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또 북한이 당대회에 앞서 진행했던 전민 노력동원 사업인 이른 바 ‘70일 전투로 인한 경제적 성과들을 상세히 보도하며 이를 김 제1비서의 치적으로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대회에 앞서) 첫 수소탄 시험과 지구관측 위성 발사의 뇌성으로 자주의 핵·우주강국의 위용을 만방에 떨쳤다”며 70일전투에서 대승리를 이룩함으로써 당대회를 대정치축전으로 빛내며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핵·경제 병진노선의 성과를 과시했다.
특히 중앙TV는 영원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당, 김정은 동지의 당이여”라는 표현이 사용된 서사시를 소개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4일자에 게재한 정론에서 김 제1비서를 ‘21세기의 위대한 태양이라고 지칭했다. ‘태양이라는 표현이 김일성 주석에 대해서만 사용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김 제1비서를 김 주석과 같은 급으로 올린 셈이다.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 ‘주체혁명 위업수행에서 역사적인 분수령으로 될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사설을 싣고 이번 당대회를 우리 당 역사와 인류사에 특기할 승리자의 대회”라고 선전했다. 사설은 북한이 지난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몰락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주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희세의 정치가 덕분이라며 치켜세웠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당은 전당이 김정은 동지와 사상과 숨결도 발걸음도 같이하는 하나의 유기체로, 필승불패의 향도적 역량으로서의 위용을 남김없이 떨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4차 핵실험·미사일 발사 이후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우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한 보도에서 ‘김정은 강성대국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고 ‘김정은 조선 등 우상화 단어가 보다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당대회는 의미있는 해외 국가·정당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은 ‘나홀로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북한은 6일까지 특별한 해외 인사들의 방북 동향을 보도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당대회를 외빈 초청하면서 큰 잔치로 벌일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북한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일부 나라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이야기해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평양에 초청된 외국 기자 100여 명은 대회장 내부 접근이 금지됐고, 행사장에서 200 m 떨어져 사진·영상을 찍도록 제한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평양발 보도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이미 대회장(4·25 문화회관) 안에 들어가 있다”면서 행사장 앞에 그의 개인 경호원들이 있어 그가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BBC는 참석자 수천 명이 (김 제1비서의) ‘비공식 대관식으로 여겨지는 ‘짜여진 지지 행사를 위해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또 BBC는 북한이 외국 기자들의 동선을 제안해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지적했다.
평양에 지국을 두고 있는 미국 APTN은 평양 시민과의 인터뷰와 비교적 한산한 거리 풍경들을 전해왔다. 한 평양 시민은 APT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 6차 대회를 하고 7차 대회가 지금 36년 만에 정말 우리 원수님을 모시고 진행되고 있는데, 이 긍지와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가는 우리 조선 사람들 모두가 다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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