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초저금리 시대에 2%대 `100년만기 국채` 인기
입력 2016-05-05 17:13 

6년 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려웠던 아일랜드가 지난 3월 만기 100년인 초장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1억유로(약 1328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하면서 제시한 이자율은 2.35%. 만기가 100년에 달해 위험성이 큰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보다 더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달에는 벨기에가 아일랜드에 이어 1억유로 규모의 100년 만기 국채를 금리 2.3%에 발행하며 일명 ‘센츄리(century) 국채 대열에 가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과거에는 멕시코나 필리핀 등 극소수 국가만이 예외적으로 100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지만 최근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돈이 시중에 떠돌면서 초장기 채권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30년 만기 채권을 기준으로 일본은 이자율이 0.26%로 제로에 근접했고, 독일도 0.91%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도 각각 2.64%, 2.34%로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연기금이나 보험사처럼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도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초장기 채권은 매력적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기관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만기가 더 긴 채권에 투자하거나 등급이 낮아 위험이 높지만 수익을 더 주는 채권에 투자하는 두가지 방법중 하나다. 헤르메스애셋매니지먼트의 프레이저 룬디 크레딧 수석은 일부 투자자들은 등급이 낮은 채권을 매입하면 당국 제재를 받기 때문에 만기가 긴 채권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오웬 캘런 채권전략가는 아일랜드의 100년 만기 채권 발행은 아일랜드 경제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초저금리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라고 평가했다. 최근 국채 만기가 길어지는 추세는 뚜렷하다. 프랑스와 벨기에가 각각 50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고, 이탈리아도 30년 만기 국채를 찍었다.
하지만 초저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되는 국채 비중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은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국채 규모(4월 25일 기준)가 전 세계적으로 9조9000억달러로,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연간 손실규모는 24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마이너스 금리 국채 대부분은 일본과 유로존 국가들이 발행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 국채들의 평균 금리는 1.23%로 현재 평균(0.24%)보다 높아 연간 1220억달러 투자 수익을 거두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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